위안화 선물가격이 7일 강세를 보였다.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중앙은행장)이 "환율제도의 경직성이 금융 위험요인"이라는 발언이 위안화 평가절상설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홍콩 선물환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1년물 선물은 달러화에 대해 7.847위안으로 상승했다. 전날 아시아 시장에서 위안화 선물가격은 달러당 7.8557위안 이었다. 달러당 8.28위안으로 고정된 위안화 가치가 1년 뒤 이 수준으로 평가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지난달 29일 "위안화 투기가 심한 상황에서는 재평가를 하지 않겠다"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 이후 수그러들었던 위안화 평가절상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당정 지도부가 지난 5일 내년 경제운용방향을 결정하고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 직후란 점에서 주목된다. ◆위안화 변동폭 확대에 대비하라 중앙경제공작회의 폐막 하루 뒤인 6일 저녁 인민은행은 웹사이트에 저우샤오촨 행장의 강연 원고를 올렸다. 공작회의 하루 전인 2일 중국 경제학자 50인 논단에서 행한 연설문이다. 그가 언급한 9개 중국 금융위험 요인 중 두 가지가 위안화와 관련된 것이다. 우선 국제수지 불균형(과다한 무역흑자) 속에서의 환율제도 경직성을 꼽았다. 위안화 가치안정이 커다란 (절상)잠재압력에 직면한 것을 금융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홍콩 CFC증권의 한 투자전략가는 "중국 국내은행과 기업들에 환율제도 변화에 미리 준비하도록 하려는 의도로 보이며 환율제도가 조기에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중국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장줘위안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이날 중국 일간 경제지 디이차지잉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환율정책은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고,환율 변동폭을 정하는 두 가지 방향에서 조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지난해 당 대회(16기3중전회)를 통과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 완성' 문건의 초안 작성에 큰 기여를 한 인물로,이 문건은 중국 경제체제 방향을 10년 만에 수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위안화 논의됐을까 중국 정부가 공작회의 폐막 후 발표한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는 환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송재정 주중대사관 재경관은 "위안화 평가절상을 조만간 단행한다 해도 발표 자체가 투기를 불러올 게 뻔한데 그것을 발표문에 담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경제공작회의 폐막 하루 뒤인 6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주재로 열린 인민은행 확대회의 결과는 공작회의에서 위안화 환율문제를 논의했음을 짐작케한다. 인민은행은 7일 웹사이트를 통해 "경제공작회의 정신을 학습하기 위한 확대회의에서 내년에 금융 거시조정과 외환관리를 강화하고 개선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셴룽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주임은 "과거 1년간 거시조정은 시장 법률 행정수단이라는 3각체제로 진행해 왔는데 이번 경제공작회의에서는 내년부터 시장의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환율과 금리조정은 시장친화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위안화 절상과 금리인상은 물가안정에 도움을 준다. 공작회의에서는 물가의 기본적인 안정도 내년 경제운용 주요 임무에 포함시켰다. 중국 지도부가 위안화의 조기 평가절상에 대해 잇따라 거부 발언을 하면서도 평가절상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함께 내놓는 것은 평가절상에 대비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