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세일 사은품도 없앤다..살아남기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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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세일 기간이지만 정문 앞은 과거 정기 세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세일때마다 가득 쌓여 있었던 이불 밥솥등 사은품은 보이지 않고 대신 컴퓨터 추첨 경품을 타기 위해 줄을 선 고객들만 북적거렸다.
쇼핑객 변준영씨(33.서울 성북구 정릉동)는 "사은 행사를 하면 입구가 너무 혼잡해 짜증나기도 했는데 사은품 대신 상품권만 받았다"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백화점업계 선두인 롯데백화점이 사은품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짜 사은품으로는 지갑을 열 수 없는 '소비빙하기'가 왔다는 판단에 따라 판촉행사 때 사은품을 일절 주지 않는 방안을 적극 마련 중이다.
롯데백화점 이재현 상무(마케팅부문장)는 "사은품이 고객을 모으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 송년세일에 사은품을 없앴다"면서 "추첨을 통한 경품도 상품권과 타월세트 두 종류뿐"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사은품 없애기 움직임은 업계로 급속하게 퍼져나갈 공산이 크다.
현대 신세계 갤러리아 등 메이저 백화점들은 롯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세계 정일채 상무(강남점장)는 "올해 세일은 연간 57일간 줄기차게 벌였던 IMF 때보다 더 많았지만 고객 수와 객단가의 동반 하락을 막는 데 역부족이었다"며 사은품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갤러리아백화점 최진융 상무도 "판촉비용은 예년 수준으로 쏟아붓는데 매출은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과당 경쟁에 의문을 제기했다.
업체들은 이 같은 비용절감 필요성에 따라 최근 협회 차원에서 사은품 자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백화점은 사은품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직과 인원을 축소하는 다운사이징도 거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체들이 비용절감에 나서는 것은 매출 실적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들의 올 매출은 지난해보다 1∼5%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매출목표도 1% 증가로 최대한 내려잡고 있다.
일본 백화점들의 경우 92년 매출이 전년 대비 3.3%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96,97년 두 해에만 3% 내외의 플러스 성장을 했을 뿐 지난 12년간 장기불황에 시달렸다.
이에 따라 일본 백화점들은 '삭감 포기 압축' 등 세 단어를 생존의 키워드로 삼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였다.
다이마루백화점은 오쿠다 사장이 직접 개혁추진실장을 맡아 인건비 19%,판매관리비 10%를 '삭감'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미쓰코시가 자존심을 버리고 도쿄 신주쿠 남관을 과감하게 폐쇄한 것은 '포기'의 대표적 사례다.
다카시마야는 신주쿠점을 명품점으로 꾸며 고소득층으로 대상고객을 '압축'했다.
김인호 현대유통연구소장은 "버블이 붕괴된 후 일본 백화점들은 필요 이상의 과잉 서비스와 불필요한 경비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여년간 일본 백화점들은 살아남기 위해 조직개혁,수익성개선,저비용 고효율 전략,경쟁업체 제휴 등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고 덧붙였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