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해야 졸속처리?'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이틀 앞두고 공정거래법·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경제 법안의 처리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법안이 재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졸속 처리되거나 여당에 의해 일방 확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먼지 쌓인 경제법안 여야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대표적인 경제관련 법안은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과 민간투자법 개정안,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소위 '뉴딜 3법'이다. 이 중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3조3항을 없애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은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추진돼 온 단골 법안.올해에도 이 법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돼 7월에 상임위원회(운영위원회)에 상정된 뒤 운영위 내 법안소위에만 일곱 차례 이름을 올렸다. 주식투자에 대한 의결권 부여방식을 놓고 여야간 시각차가 커 매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채 여전히 법안소위를 맴돌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에 민간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한 민간투자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민간자금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국채수익률+α'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여당과 재정건전성이 훼손된다는 야당이 맞서 있는 상태.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연금운용을 전담할 기구의 성격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가까스로 국회 본회의 무대에 오른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회사 의결권 축소 △계좌추적권 등 핵심쟁점마다 여야간 의견이 달라 쉽사리 통과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이 밖에 일반회계 특별회계 기금 등으로 분산돼 있는 현재의 재정운용시스템을 단일화하는 국가재정법은 한나라당이 대체법안을 내겠다고 공언,상임위에서 마냥 대기 중이다. ◆변한 것 없는 17대 국회 초선 국회의원의 대거 등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17대 국회에서도 법안처리 속도는 여전히 지지부진이다. 17대 국회가 개원한 이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백91건의 법안 가운데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겨우 23건이다. 내년 예산안 역시 어김없이 법정시한(12월2일)을 넘겼다. 기획예산처가 "정기국회 회기(12월9일) 내에 예산안을 처리키로 여야가 합의한 데 대해 감사한다"는 자료를 낼 정도로 국회의원들에게 거는 기대수준은 여전히 낮다. 정부 관계자는 "예년과 달리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 내부에서조차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주요 법안 처리는 물건너간 것 같고 내년에 임시국회가 열리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