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성경을 최초로 번역한 사람은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에서 만주로 파송한 존 로스였다. 그는 한약장수였던 이응찬을 만나 한글을 배워 성서번역을 시작했고,이후 인삼장사차 이곳에 왔던 서상륜과 백홍준 등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작업을 벌였다. 5년간의 산고 끝에 1882년 선양에서 '예수셩교누가복음젼서'와 '예수셩교요안내(요한)복음젼서'를 출간했다. 이듬해에는 '사도행전'을 번역·발간했으며,1887년에는 신약성경 전체를 출판했다. 이것이 우리 말 성경번역의 효시로 알려진 소위 '로스역'이다. 로스의 번역작업이 한창일 무렵 일본에서는 이수정이 마태복음을 번역하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쪽번역 성경이 나오기 시작하더니,1911년에는 언더우드 등 국내에 나온 선교사들을 중심으로 신·구약성서 완역본인 '셩경젼셔'가 출판됐다. 우리 말 성경의 완결판인 셈이다. 이'셩경젼셔'는 1938년 '셩경개역(改譯)'으로,1952년 '셩경전서 개역 한글판'으로,1961년에는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으로 잇따라 수정됐다. 지금 일반적으로 쓰이는 '성경전서 개역 개정판'은 1998년에 손질된 것이다. 이러한 개정작업은 어색한 번역어투를 없애고 원문의 뜻을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의도였음은 물론이다. 성경이 중세 라틴어로 번역될 당시 제멋대로 해석되면서 오류가 있었던 여러 부분을 시정하려는 노력도 병행됐다. 그러나 교인들이 예배시간에 읊는 주기도문이나 사도신경의 경우는 달랐다. 아직도 1백여년 전의 조선 말(末)과 대한제국시대의 문체가 그대로 살아 있어 너무 고풍스럽다는 핀잔을 받기 일쑤였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마침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정중한 현대 문어체'로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수동태를 능동태로 고치고 운율도 고려했다. 의역부분에서는 원문의 뜻을 최대한 살렸다. 예수님은 특히 주기도문을 통해 사람들이 시험에 들지 말 것을 강조했다. 재물과 권력에 쉽게 유혹당하기 쉬운 현실에서 누구나 한번쯤 새겨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