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7일 국가보안법 폐지안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시도 하루만에 연내처리 유보 방침을 천명한 것을 놓고 여러가지 궁금증이 유발되고 있다.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물리력 사용이라는 `초강수'까지 불사한 국보법 폐지안의 연내처리를 유보키로 한 배경에는 `임시국회를 열어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산적한 민생법안을 처리하자'는 공식적인 설명 외에 또 다른 곡절이 있을 것이라는이야기다. ▲당지도부 연내처리 의지 있었나 = 당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국보법 폐지안을 연내 처리할 의사가 없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당 지도부는 정기국회 초반부터 이른바 `4대 개혁입법' 가운데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국보법 폐지안을 나머지 3개 법안과 분리해야 한다는`3+1 방식'을 심각하게 검토해 왔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국보법 폐지안의 연내처리 유보 계획이 수면 위에 부상할때마다 당내 재야파를 중심으로 한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 같은 논의를 공론화시키지 못했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국보법 폐지안을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연내처리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 회기 종료를 앞두고 당내 일부에서는 "국보법 폐지안이 정기국회에서 상정되지 못할 경우 연내처리를 공언한 천 원내대표가 정치적인 책임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확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전날 물리력을 사용한 국보법 폐지안 상정 시도는단순히 여권 내부만을 향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의 강한 반대로 상정조차 불투명했던 국보법 폐지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내부의 불만을 불식했다는 것이다. ▲왜 상정 선포만 했나 = 국보법 폐지안의 상정 효력 여부와 관련된 논란에서나타나는 일부 사실들도 당 지도부가 국보법 폐지의 연내 처리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만약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국보법 폐지안의 연내처리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면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할 당시 상정 선포 뿐 아니라 제안설명과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대체토론, 향후 일정까지 결정하는 `완벽한 상정'을 노려야했지만, 실제로는 국보법 폐지안 상정 선포 직후 여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다. 일부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의사일정 미료(未了) 안건에 대해서는 의장이 다시그 일정을 정한다'는 국회법 78조를 몰랐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지만, 당지도부는 국회법 78조를 전날 법사위 회의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핵심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회법 78조를 인지한 상태에서도 폐지안 선포만 하고 퇴장한 것은 당 지도부가처음부터 연내처리에 뜻이 없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사실이다. ▲대통령과 교감 있었나 = 일각에서는 국보법 폐지안의 연내처리 유보 결정과정에서 청와대와의 교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책문제에 대해서는 당청이 완전히 분리됐다는 것이 여권의 공식 입장이지만,열린우리당의 국보법 폐지당론 결정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실상 `구두 개입'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지 연내처리 유보방침에 대해 청와대의 재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유럽 순방중인 노 대통령 귀국 하루 전에 연내처리 유보 방침을 밝힌 것은 당청간 의견교환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당 관계자들은 연내처리 유보결정은 지도부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노심(盧心)'과 관계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보법 폐지 언제하나 = 일단 국보법 폐지안의 연내처리가 유보가 결정됐기때문에 당권 주자들의 선명성 경쟁이 본격화될 내년 4월 전당대회 전까지는 국보법개.폐 논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재.보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국보법 처리는 선거이후로까지 천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4대 입법에 대한 분리 처리 논의가 진행될 당시에는 국보법 폐지안을 내년 상반기에 처리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음미해 볼 대목이다. 그러나 개혁당 출신인 유시민(柳時敏) 의원과 중도파인 안영근(安泳根) 의원이전원위원회 소집을 통한 조기 처리를 요구하고 있어 국보법 폐지안 논란이 예상보다빨리 재점화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