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소비시장에서 샤넬이 화제가 되고 있다. 도쿄 상업중심지 긴자에 지난 4일 오픈한 샤넬은 단일매장으로 세계 최대다. 10층 중 3층까지가 매장이고,나머지는 고급 레스토랑과 연주홀로 꾸며져 상류층의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3백여명의 여성들은 개장 수시간 전부터 줄을 지어 기다렸고,문을 열자마자 수백만원짜리 핸드백을 싹쓸이해 화제가 됐다. 올들어 일본 소비시장은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샤넬 루이비통 등 초고가 명품 브랜드는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정도로 대호황을 맞고 있다. 일본인들은 흔히 폐쇄적이라는 말을 듣지만 소비행태를 보면 전혀 다르다. 개당 10만원이 넘는 배용준 사진첩은 인터넷만으로 팔았지만 첫날 품절이 됐다. '짠돌이' 소비로 유명한 일본인들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때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100엔 숍' 같은 초저가 매장이 항상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 매장은 요즘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산 상품이 매장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년 전에 비해 중류층에서 탈락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10%포인트 이상 늘어났다. 중하층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10년 전 20%에서 35%선으로 증가했다. 소득이 늘지않는 서민층은 더욱 값싼 물건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내년말 목표로 한·일 FTA(자유무역협정)를 앞두고 한국측이 일본에 요구한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비관세장벽 제거다.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한국산 제품이 안 팔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팔리는 한국 문화상품이나 패션 명품,외국산 자동차 등을 보면 비관세 장벽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샤넬과 100엔 숍은 일본시장 공략법을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과 품질,그리고 브랜드력이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