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의 '역도산'은 위대한 프로레슬러에 관한 스포츠영화가 아니다.


그보다는 출세를 위해 온 몸을 던졌던 한 인간의 영욕에 관한 드라마이다.


지난 1940년대부터 60년대초까지 일본에 던져진 한 인물을 확대경으로 관찰한다.


역도산역의 설경구가 몸무게를 28㎏이나 불려 열연한 레슬링 액션은 흥미로운 볼거리임에 틀림없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를 지원하기 위한 부수적인 요소다.


역도산은 조선인으로 태어나 일본의 영웅으로 살다가 거리에서 칼에 찔려 요절한 실존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국적과 인종을 불문하는 프로레슬링계의 스타로,또'세계인'으로서의 자신을 내세울 뿐이다.


영화에서 그가 조선인임을 부인하는 장면은 없다.


그러나 진실을 감추려는 시도는 때로 거짓과 통한다.


그의 성공과 몰락은 거짓과 결부돼 있다.


그의 성공은 상당부분 쇼비즈니스맨십에 기대고 있고 몰락은 탐욕이나 야쿠자 보스이자 후원자인 칸노와의 약속 불이행과 닿아 있다.


그럼에도 역도산이란 인물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것은 타인에게는 거짓이 자신에게는 진실일 수 있는 '삶의 아이러니' 때문이다.


조선인임을 숨기는 것은 극심한 인종차별로 스모계를 떠났던 그로서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부(富)를 대가로 시합에서 패배키로 한 칸노와의 약속을 어긴 것도 '시합에서는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의 철칙을 따른 결과다.


이는 승자만이 살아남는 오늘날의 경쟁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역도산이란 캐릭터는 현대성을 획득하고 있다.


프로레슬러의 영광과 몰락이란 중심 플롯 외에 기녀 출신 아내 아야(나카타니 미키)와의 멜로,후원자 칸노와의 역학관계를 다룬 보조 플롯이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든다.


걸작 '감각의 제국'에서 주인공 역을 소화해냈던 후지 타츠야는 칸노 역을 맡아 중후하면서도 단호한 거물의 면모를 무난하게 연기했다.


15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