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테크노 CEO賞] 대기업 부문 /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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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부침이 있지만 기술은 끝없이 발전한다. 따라서 뛰어난 기술로 무장한 기업만이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공동 제정한 '올해의 테크노 CEO 상'에 선정된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대기업 부문)과 홍완기 HJC 회장(중소기업 부문)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술경영시대를 맞아 테크노 CEO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테크노 CEO 양성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크노 CEO상은 기술개발을 통해 뛰어난 경영성과를 올린 이공계 출신 CEO에게 수여되며,그동안 대기업 부문에서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정보통신부 장관)과 노기호 LG화학 사장이,중소기업 부문에서는 장흥순 터보테크 사장과 변대규 휴맥스 사장이 각각 수상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반드시 뿌리뽑혀야 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기술인으로 마라톤을 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대기업 부문에서 올해의 테크노 CEO상을 수상한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63)은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민 부회장은 매일 새벽 6시10분께 출근해 다음날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일벌레'로 통한다.
경영관련 잡지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 1백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10㎞를 뛰고 매년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풀코스를 완주한다.
그래서 '백발의 마라토너'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잘 풀리지 않는 회사 일도 달리면서 생각한다"며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달리다 보면 해법이 나올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민 부회장이 일에 전력을 쏟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일에 열중할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모두가 퇴근한 시간에 일하면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아 좋고,신제품 개발 등 사업 구상에 몰두할 수 있어 더욱 좋습니다." 일이 좋아 일을 한다는 설명이다.
경영자로서는 드물게 국내외에 각종 연구논문을 게재·발표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민 부회장은 늘 일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선비처럼 꼿꼿한 자세를 잃지 않는 CTO(기술담당최고책임자) 겸 CEO로 평가받는다.
마른 체구에 푸른색 작업복 차림으로,차렷 자세로 45도 이상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하는 모습에서 그의 소탈함과 겸손함도 엿보인다.
평소엔 현장 직원들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넥타이도 매지 않는다.
그는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버클리대에서 조선공학 및 우주항공학 석사를,MIT에서 해양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지금까지 60편의 기술보고서를 발간하고 국내외 학술지와 학술대회에서 1백5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48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교수급 경영자'로 꼽힌다.
사무실은 각종 학술서적과 논문으로 빼곡히 차 있다.
그는 박사 학위를 딴 후 귀국,대우중공업에서 79년부터 11년간 몸담았다.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에게 기술개발,애프터서비스,자체 브랜드개발 등 3가지를 핵심역량으로 삼을 것을 건의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기술은 사오면 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팔면 된다"며 민 부회장과 뜻을 달리했다.
그래서 민 부회장은 대우를 떠나 현대중공업으로 옮겼다.
현대중공업에서 선박해양연구소 부사장,기술개발본부 부사장,사장을 거쳐 올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일등 상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온리 원(Only One)'을 고집한다.
세계 무대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기술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LNG(액화천연가스) 선은 두 가지가 있는데 이를 모두 건조할 수 있는 곳은 현대중공업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 부회장은 LNG선,선박용 중형 디젤엔진,해수담수화 설비를 일류 상품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