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큰 돈을 만질 수 있는 유혹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독자 브랜드가 아니고서는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모두 거절했었지요." 중소기업 부문에서 올해의 테크노 CEO상을 받은 오토바이용 헬멧업체 HJC의 홍완기 회장(65)은 HJC가 세계시장에서 지난 10년간 업계 정상을 고수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올해 상복이 터졌다. 지난 5월 다산경영인상 수상에 이어 8월엔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선정됐었다. 지난 33년간 오토바이용 헬멧만을 고집해온 한우물 경영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HJC의 오토바이용 헬멧 세계 시장점유율은 16.5%에 달한다. 지난해 40여개 나라에 7천2백만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세계 2위인 이탈리아 놀란에 비해 점유율이 2배를 넘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1위를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세계 최고에 오른 것이 아니라 피와 땀의 결실이라는 게 홍 회장의 설명이다. 가죽의류 봉제사업을 하던 홍 회장은 헬멧 내피를 납품하면서 헬멧사업과 인연을 맺었다. 지난 74년 헬멧 회사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82년엔 독자 브랜드로 미국시장을 두드렸다. 첫 관문은 세계적인 헬멧 품질보증서인 미국 연방교통부의 'DOT' 규격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미국 시장 진출은 세계에서 통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년 동안 세계 유명 제품을 구입해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홍 회장은 이 때가 최대 분수령이었다고 회고한다. 84년 DOT 규격을 획득한 데 이어 87년엔 '스넬(SNELL)' 규격도 따냈다. 오토바이 경기 도중 헬멧이 깨져 사망한 스넬이라는 선수를 추모하기 위해 '스넬기념재단'이 만든 미국 최고의 헬멧 품질보증서였다. 홍 회장이 수출지역과 크기,색상에 맞춰 개발한 헬멧은 2만종이 넘는다. 2000년 6월부터 수출하기 시작한 'SY-MAX' 헬멧은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헬멧 앞쪽 턱 보호대를 위 아래로 움직일 수 있게 해 착용 중에도 대화하고 담배를 피울 수 있게 고안돼 있다. HJC 헬멧이 정상에 오른 비결은 기술력이다. 3백40여명 사원 가운데 45명이 연구개발 분야에 몸담고 있다. 매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오토바이 헬멧은 생명을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홍 회장은 2011년까지 오토바이 헬멧을 포함,두형보조모(어린이 머리 모양을 예쁘게 하기 위해 헬멧처럼 씌우는 것),자동차 경주용 헬멧,목 보호대,승마모 등 세계 1위 제품 5개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2011년까지 연구소에 연 1백억원씩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사람이 만들며 작은 힘이 모이면 큰 힘이 됩니다." 그는 "창의와 개발 정신으로 독자 디자인을 개발해 세계 속 회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