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 중소기업 ‥ 정문식 <이레전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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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식 이레전자 대표 ceo@erae.com >
얼마전 몇 분의 중소기업 사장들과 식사를 했다. 그런데 저절로 중소기업의 현실을 토로하는 시간이 돼버렸다. 한 사장이 수개월 필요량의 철판을 미리 구매해야 한다며 한숨과 함께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P사가 용광로 청소를 위해 수개월 동안 가동을 못하게 돼 철판을 확보하려면 대리점에 미리 현금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 중소기업들이 처해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어이가 없었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십여년 전부터 저임금과 풍부한 노동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등 아시아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 대한 정보 부족과 환경 적응에 실패해 손을 들고 나온 중소기업들이 허다하다. 이는 국내의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상승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자 몸부림이다. 또 연중 몇 번씩 원자재 파동 등으로 힘들어 하며 어렵게 현금을 확보,자재를 구하러 뛰어다니는 중소기업 사장들을 보면 같은 중소기업인으로서 측은한 마음이 든다.
외환보유고가 2천억달러에 이른다고 하지만 최근 원화절상으로 수출가격이 10% 이상 하락,수출을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싸워 이겨야 할 적들이 너무 많다. 회사가 조금만 어렵다는 소문이 돌면 금융권으로부터 대출회수 압박을 받아 냉가슴만 앓는 수많은 사장들,날로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 제품들…. 점점 어려워져가는 현실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렇게 열악한 여건에서도 이겨나가야 한다.
우리 중소기업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동종업계는 물론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려 해외업체들과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상생과 공존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쌓여가는 외화를 중소기업을 위한 수출자금으로 지원해주거나 원자재 가격안정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준다면 최근 환율하락으로 고생하는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2천억달러가 넘는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들이 거둔 성과다. 또한 전체 근로자의 90%가 중소기업에 속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국가를 움직이게 하는 혈관·신경조직과도 같다.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는 새해에는 중소기업에도 밝은 태양이 떠오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