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16대보다 못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과거 여당이었던 민주당보다 나아졌다'는 평가가 19.6%로 나타난 반면 '못해졌다'는 응답이 34.8%나 됐다. 한나라당도 '16대보다 못해졌다'는 답변이 27.5%로 '나아졌다'(22.6%)보다 많았다. 16대와 달라진 게 없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사실상 부정적인 여론이 70%를 넘었다. 개혁과 변화를 외치며 출범한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싸늘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7대 국회에 진출한 초선 의원은 전체 의원의 62.5%인 1백87명.이처럼 초선 의원의 비중이 높은 것은 유권자들이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지상명령'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국민의 생각과는 거꾸로 가는 17대 국회에 대한 실망이 큰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 요즘 국회를 보면 단순히 실망스럽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16대 국회를 끝으로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던 법안의 변칙(날치기)상정이 대낮에 버젓이 행해졌다. 여야간의 욕설과 고함,몸싸움은 기본이다. 여당 의원끼리 '미친 X''당을 떠나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것도 모자라 얼마 전 상임위회의장에서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을 향해 '스파이'라는 말을 하더니 이번에는 본회의장에서 야당 의원이 한 여당의원을 겨냥해 '간첩'이라고 공격했다. 말그대로 조폭영화의 무대를 국회로 옮겨놓았다고 해도 별반 이의는 없을 듯하다. 문제는 이런 '막가는 정치'가 조기에 해소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정치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앞날도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권이 '그들만의 싸움'에 앞서 심각한 내수침체로 고통받는 우리 경제와 국민을 한번이라도 먼저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은 무리일까.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