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빠를수록 좋다] (5) 체험이 최고의 경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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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서울로 갈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게 합리적일까요?" "만일 여러분이 만두를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면,재료는 어디에서 어떻게 구입하는 게 좋을까요?"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대구에서 영재심화교육원을 운영 중인 조민희 원장(38)은 경제교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한국경제신문사와 '어린이 경제대학' 프로그램을 공동 추진 중인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가 어릴 때부터 알아둬야 할 경제·시장 개념을 정리한 매뉴얼에 맞춰 던진 질문이다.
어떤 교통수단을 선택해야 하느냐는 '시간과 비용'을,만두 판매는 '유통과 수익' 개념을 전달해주기 위해 설정한 질문들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빗대가며 경제개념을 교육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대구에서 운영한 경제교실에서 이런 질문들을 해본 것이다.
미국에서처럼 학년에 맞춰 경제교육 매뉴얼을 만든 후 실제로 적용해본 것이기도 하다.
질문을 던진 다음날 어린이들은 나름대로의 논리를 앞세워 비행기 고속철도 자가용 등 합리적인 교통수단을 제시했다.
또 만두 재료의 경우 판매수익을 높이려면 '원가'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까지 제시됐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이런 교육방식을 재미있어 했다.
딱딱하다고 인식돼온 경제교육도 학습방법에 따라 효과도 동기 부여도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경제용어와 그래프를 시험에 대비해 외우는 식으로 진행되는 교육보다 몇배 더 구체적이면서 살아있는 경제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 체험이 최고의 경제교사
대구 영재심화교육원의 경제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만두 만들어 팔기''벼룩시장 운영하기' 등과 같은 체험을 하면서 "돈 버는 일이 힘들다"는 사실뿐 아니라 '비용''원가''수익'과 같은 개념도 쉽게 알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주변 슈퍼마켓에 가서 대충대충 재료를 샀는데,그랬더니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팔기가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같은 물건을 보다 싸게 파는 할인점 등에서 재료를 샀습니다"라고 전수빈양(대구 신매초교 3년)이 체험담을 전했다.
이재호군(시지초교 4년)은 "친구들 모두가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을 가져온 뒤 가격을 매겨 팔았는데 물건이 좀 낡았어도 흔하지 않은 장난감은 비싸게 팔렸다"며 "희소성이 가격이라는 사실을 벼룩시장을 운영하면서 알게 됐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제교육은 인성교육의 시작
전수빈양의 어머니 성주남씨(37)는 "경제교실 수업을 받더니 아이가 용돈기입장을 사서 직접 용돈을 관리하기 시작하는 등 생활태도가 확연히 달라졌을 뿐 아니라 떼쓰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의 사고방식이 합리적으로 바뀌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걸 보면서 앞으로 수빈이 동생에게도 경제교육을 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올들어 전교생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실시한 서울 대치초교와 경기 성남시 이매초교 교사들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가계살림과 기업활동 등 생활경제에 대한 이해도가 눈에 띄게 높아진다"며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치초교의 한 교사는 "조기 경제교육이 돈만 아는 어린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시장경제교육은 아이들을 성숙한 사회인으로 키우는 데 필요한 인성교육"이라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