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파행속에 마감됐다. 여당의 임시국회 소집요구로 국회가 계속 열리기는 하겠지만 여야간 의사일정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이고 보면 여전히 원만한 운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사실 이번 정기국회에 앞서 여야는 어느 때보다 생산적인 국회를 다짐했는데도 초반부터 색깔공방,국무총리의 야당폄하 발언,이른바 4대 개혁입법 등을 둘러싸고 공전과 파행만을 일삼다가 마지막 날까지 새해 예산안처리가 진통을 거듭한 것은 참으로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민생을 우선하고,여야간 정책경쟁의 모습을 기대했던 국민 여망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더구나 말로는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치를 강조하면서 정쟁과 여야간 극한대치,상호비방,막말,몸싸움으로 점철된 이번 국회는 오히려 과거보다도 더한 구태의 반복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국회가 파행으로 일관한 것은 회기 중반 2주간이나 국회를 마비시킨 총리의 발언파문 탓도 크지만,국가보안법 폐지 등 정치성 짙은 4대입법 논란에만 파묻혀 시급한 예산안 심의나 민생법안은 아예 뒷전으로 밀리고,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회기 마지막 날 처리된 공정거래법 개정안,기업도시법 등도 제대로 된 여론수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심각한 경제사정과 기업현실을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졸속입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수백건의 법안들은 아예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정기국회 회기를 넘겼다. 앞으로 열릴 임시국회도 한나라당이 4대입법 처리용이라며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어 초반부터 또다시 반쪽국회나 파행운영의 가능성마저 없지 않은 실정이고 보면 정쟁만 더욱 격화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민생을 챙기고 경제를 되살리는 것보다 정치권의 더 중요한 과제는 없다. 임시국회가 열리면 여야는 다른 것은 제쳐두고라도 민생경제 법안의 철저한 심의와 처리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여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당장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다급한 마당에,여당이 그것과 무관한 4대 입법에 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는 것처럼 집착하는 까닭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야당도 반대로만 일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여당과의 접점을 찾는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다시 국회의 불성실하고 무책임한 행태가 되풀이된다면 정말 국민적 지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