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등장한 e메일은 커뮤니케이션 문화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e메일은 우선 편리한 데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아울러 민주적인 의사소통체계까지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그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수시로 e메일 확인하는 일은 이제 많은 사람들의 하루 일과로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e메일은 긍정적이기만 한 것인가. 이에 대해 미국의 일부 기업들은 반기를 들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베리타스와 무선전화 회사인 유에스셀룰러는 금요일엔 아예 e메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고 USA투데이가 엊그제 보도했다. 업무의 대부분을 e메일에 의존하는 탓에 중독증환자가 늘어나고 창의성과 팀워크가 이완돼 오히려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e메일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얼마 전 캐나다의 웨스턴 온타리오대학이 내놓은 '직장에서의 e메일'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업무에 관련이 없거나 불필요한 메일 등으로 인해 직원들이 많은 시간을 허비함으로써 기업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스팸메일과 정크메일도 문제지만 사실은 기업 내부에서 직원간에 주고 받는 불필요한 메일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국내 일부 기업 역시 업무시간에 사적인 정보를 주고 받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며 메신저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e메일 금지조치는 분명 문명의 이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의외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해방돼 밖에서 자유롭게 일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뿐더러 동료들과 고객들을 만날 수 있는 대면접촉 기회가 많아져 업무의 효율성과 함께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반(反)e메일 운동'이 정보화의 그물속에 갇혀버린 사람들을 얼마나 해방시킬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쨌든 하루 종일 e메일에 매달려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e메일 금지운동이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