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다 감원 우려감까지 커지면서 샐러리맨 사회에 '신토불이(身土不二)족'이 빠르게 늘고 있다. 신토불이는 '우리 몸엔 우리 농산물이 최고'라는 본래 의미가 아닌 '몸(身)을 하도 낮춰 땅(土)과 하나가 됐다(不二)'는 자조섞인 의미로 쓰이는 새 유행어다. 기업체 직장인과 공직사회의 보신주의가 과거 복지부동(伏地不動)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이처럼 신토불이족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어려울 때는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샐러리맨들은 심각한 내수위축에다 고유가 저환율 때문에 내년 상황이 악화되리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이니 명예퇴직이니 하는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K그룹,H사 등은 구조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마음 같아선 명예퇴직금을 쥐고 뛰쳐나가고 싶지만 지금은 외환위기가 닥쳤던 97∼98년과 판이하다는 것이 샐러리맨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K사의 한 팀장은 "지금은 벤처열풍이 사그라들어 나가서 벤처기업 세우기도 그렇고 내수위축으로 음식점이나 비디오 대여점을 열기도 나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다 LG정유 노조원들의 대규모 해고,전국공무원노조 파업 가담자들의 대규모 징계 등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어 이래저래 샐러리맨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몸을 땅에 밀착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할 일'이란 말이 나올 만한 환경인 셈이다. 하지만 샐러리맨 사회의 이 같은 풍조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역동성을 떨어뜨려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