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은 총재 "민생 고통 5~10년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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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4.7% 추정)보다 훨씬 낮은 4.0%로 전망했다.
한은은 그러나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 상태인 점을 감안,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금리인하 요청에도 불구하고 콜금리 목표치(3.25%)는 현 수준에서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9일 발표한 2005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급증했던 수출이 내년에는 한자릿수 증가(통관기준 7.3%)에 그치고 상반기까지 내수 침체가 이어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에 머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4%에 정부가 추진 중인 종합투자계획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승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내년 성장률이 4%냐 5%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문제"라며 "고용 없는 성장에다 중국의 저임금 경제와 경쟁하고 있어 민생고통은 5년 혹은 10년을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내년 상반기 0.6%에 그치지만 하반기에는 2.9%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을 상반기 3.4%,하반기 4.4%로 각각 전망했다.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3.6%와 3.0%로 전망했다.
이번 전망에서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각각 3.3%와 7.7%,엔화 환율은 달러당 1백엔,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34달러로 전제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전망하지 않았다.
한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내년엔 수출증가세 둔화로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반면 이를 상쇄할 만한 내수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때문에 내년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5%대 초반) 대비 1%포인트 정도의 성장률 하락요인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년 성장률이 목표(5%)보다 낮은 4%대 초반에 그칠 수 있음을 공식 인정한 셈이다.
이 부총리는 "연간 40만명 이상의 신규 진입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5% 수준의 성장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이를 위해 내년 하반기 종합투자계획 등 적극적인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내년 중 5%대의 성장을 이어가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석·김용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