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별세한 이맹기 대한해운 명예회장은 평생을 바다와 함께 한 국내 해운업계의 거두였다.


해군사관학교 1기생으로 한국 해군 창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물론 1962년 9월부터 2년간 해군참모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이 본격적으로 해운업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64년 해군을 떠나 국영기업인 해운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다.


68년엔 자본금 5백만원으로 대한해운을 설립했으며 76년부터 포항종합제철과 철광석 및 원료탄 장기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기반을 반석 위에 올려 놓게 된다.


포항종합제철과의 안정적인 거래를 바탕으로 사세를 확장해가던 이 회장은 지난 93년 한국전력공사와도 발전용 연료탄 장기 운송계약까지 체결,전략물자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들여와 공급하는 국내 최대의 전용선사로 회사를 키우게 된다.


현재 대한해운은 15만∼20만t의 대형 광탄선 9척과 2척의 핫코일 제품선을 투입,포스코에 철광석과 유연탄 등을 공급하고 있으며 13만5천t급 대형 전용선 2척으로 한국전력에도 발전용 유연탄을 장기 공급하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특히 박태준 포스코 고문과도 각별한 우정을 나눠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박 고문은 국적 화물의 수송을 외국 선사에 맡기는 것은 외화낭비라는 인식에 따라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이 회장에게 포항제철의 철광석 수송물량을 몰아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국내 벌크선 업계를 사실상 개척한 분이며 동시에 전략물자를 국내 선사가 수송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큰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해운은 최근 골라LNG의 지분매입 등으로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회장의 사망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