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LG칼텍스정유는 오만의 국영 정유사인 소하르정유사가 무스카트에 정유공장을 짓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LG건설과 LG상사 등 오만에 진출해 있는 계열사들이 수주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의 결과였다. LG칼텍스정유 경영진은 37년 전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공장을 돌릴 기술이 없어 쉐브론텍사코에 공장 운영을 위탁했던 기억이었다. 경영진 회의를 거쳐 이 회사는 '기회가 왔으니 우리도 한번 해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오만 무스카트 정유공장의 운영 대행을 맡아보자는 것.정유공장의 운전과 정비,교육,IT 및 경영혁신 기법 등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경영진은 37년간 세계적 규모의 정유공장을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LG칼텍스정유는 즉시 본사 핵심인력과 노련한 공장 기술자 10여명을 모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소하르 측이 제시한 제안서 제출 시한까지는 고작 2주밖에 남지 않았다. 3개의 쟁쟁한 해외 공장운영 대행 전문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며 열기가 더해졌다. 태스크포스팀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갖다 놓고 합숙에 들어갔다. '국내 정유사 최초로 해외 업체의 공장 운영을 맡게 되는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놓칠 순 없다'는 게 팀원들의 하나 같은 마음이었다. 2주간의 합숙 끝에 태스크포스팀은 기한에 맞춰 제안서를 제출했다. 한숨 돌릴 틈도 없었다. 당시 프로젝트 팀장이던 김병열 상무 이하 팀원들은 모두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오만으로 날아가야 했다. 협상과정은 길고 지루했다. 소하르측은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답게 노련하고 끈질긴 협상태도를 보였고 LG칼텍스측은 휴일도 반납한 채 협상에 매달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소하르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구 회사들과는 다른 아시아 특유의 근성과 승부욕이 빛을 발했다. 한국의 경제발전을 롤모델로 삼고 있는 오만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결국 LG칼텍스 정유는 2010년까지 5천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다 줄 오만 정유공장 가동 기술용역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었다. 입찰 참여를 결정한 지 3개월 만에 일이었다. 이 팀은 현재도 오만에 머물며 일본 JCG사(社)가 진행하는 공장 건설현장에서 각종 자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병열 상무는 "전 팀원이 개인생활도 포기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앞으로도 수많은 후진국들의 공장 가동 용역을 수주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