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프로젝트] 효성..'화섬의 반도체' 흡한속건사 '대박' 터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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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을 빠르게 흡수 건조하는 흡한속건사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 원사의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화섬업체들에는 고수익을 안겨다줄 '화섬의 반도체'와 같은 제품이었다.
효성이 흡한속건사의 자사 브랜드인 에어로쿨을 개발한 건 약 8년 전.그러나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여겼던 에어로쿨은 예상과 달리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단 국내 수요가 없었다.
주로 일본이나 미국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경쟁사들이 하나 같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경쟁의 어려움도 겪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국내에 '웰빙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효성이 '에어로쿨 턴어라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이때 즈음.에어로쿨을 '애물단지'에서 고수익 제품으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스포츠 의류시장이 커지면서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려는 조짐이 보였기 때문이다.
효성은 바로 '에어로쿨 태스크유닛(TU)'을 구성했다.
원사 사업부문의 연구소,생산팀,영업팀,마케팅팀에서 에어로쿨 담당자들을 한 명씩 뽑아왔다.
원단을 판매하는 직물 사업부문도 합세했다.
며칠 밤 동안 머리를 맞댄 끝에 일단 브랜드가치를 높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에어로쿨이 값어치 있게 팔리는 게 중요했다.
저가 시장에 팔리면 그만큼 제품의 수명이 짧아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집중 공략할 타깃을 찾았다.
효성이 주목한 건 상위 스포츠 브랜드들이었다.
프로스펙스 아식스 등 스포츠 레저 의류 전문업체 14개사를 납품할 업체로 선정했다.
그리고 이 회사들의 디자이너,머천다이저(MD)들과 접촉을 시작했다.
역시 쉬운 일은 없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대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이었다.
브랜드 업체들은 "덩치 큰 대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게 원사를 댈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태스크유닛은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발로 뛰어가며 최상의 제품을 내놓았고 수개월의 노력 끝에 인정받기 시작했다.
태스크유닛이 다음으로 한 일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린 것.각종 마라톤대회의 기념 티셔츠를 협찬하고 지난달부터는 프로스펙스와 함께 붉은악마의 응원복도 공급하는 등 스포츠 마케팅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결국 효성의 에어로쿨 턴어라운드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 3분기까지 고가 시장에서의 에어로쿨 매출은 50억원.지난 2002년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태스크유닛에 참여했던 폴리에스터원사PU 마케팅팀 황원수 팀장은 "내수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판매에도 힘을 쏟아 국제적인 브랜드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