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5일 울산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에서는 세계 조선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일대 사건이 벌어졌다. 세계 최초로 도크가 아닌 맨 땅에서 선박을 건조,진수시킨 것. 현대중공업이 만든 배는 10만5천t급 원유운반선으로 '선박은 도크에서만 만든다'는 업계의 상식을 깨는 것이었다. 이날 선박 육상건조 성공은 선박건조 분야에서의 뛰어난 영업력과 앞선 기술력,해양사업본부의 풍부한 건조경험 등이 하나로 뭉쳐져 이뤄낸 결과였다. 육상총조립공법은 땅 위에서 선박을 조립,특수장비(스키드)에 실어 항구(안벽)까지 옮긴 뒤 바지선을 이용해 바다에 띄우는 방식이다. 해양구조물 건조분야에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1998년 이미 세계 최초로 육상총조립공법을 이용해 반잠수식시추선을 도크 없이 건조한 경험을 갖고 있다. 2002년 미국 셸사의 나키카 반잠수식시추선과 프랑스 토탈피나엘프사의 34만t급 아메남 해양설비선,올해 2월 미국 엑슨모빌사의 34만t급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 등을 육상에서 성공적으로 건조,기술기반을 쌓아왔다. 현대중공업이 일반 상선을 육상에서 건조키로 결정한 최초의 프로젝트는 러시아 노보십사가 발주한 8척의 대형 원유운반선.이를 위해 조선과 해양부문의 최고 전문인력을 배치했다. 37개의 대형블록 제작과 1천5백t 겐트리크레인을 통한 탑재 및 스키드(Skid)를 이용한 진수 등 모든 과정을 차질 없이 완수했다. 현대중공업은 육상총조립 공법의 성공으로 별도의 도크 증설 없이도 건조능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러시아의 노보십사의 8척을 비롯 캐나다의 티케이사 4척,카타르 QSC사 4척 등을 육상에서 건조해 2007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측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