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프로젝트] LG전자 ‥ 휘센에어컨 세계1위 명성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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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에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제품이나 기술이 많다.
최근 미국 통신협회의 표준으로 채택된 차세대 디지털TV 전송기술인 'EVSB(Enhanced Vestigial Side Band)'만 해도 향후 수십억달러를 LG전자에 안겨줄 '효자 기술'이다.
PDP TV,LCD TV와 같이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고가 제품도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상태다.
그동안 경쟁사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여겨지던 휴대폰 사업도 올들어 날개를 달면서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 사람들의 머리속에 LG전자를 세계적인 전자업체로 각인시킨 '일등공신'은 이들 품목이 아니다.
바로 작년까지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한 데 이어 올해도 1위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에어컨이다.
LG전자의 대표 품목인 '휘센' 에어컨은 단순히 1위를 지키고 있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매년 판매량을 대폭 늘리면서 2위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실제 2000년 4백10만대에 불과했던 판매량이 올해 1천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LG전자의 에어컨 발전사는 가히 '프로젝트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
휘센의 역사는 지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의 기술력은 선진업체에서 가져온 도면을 그대로 베끼는 데 그쳤다.
하지만 선진업체 제품은 습도나 온도 등에서 국내 환경과 잘 맞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금성사는 '우리 힘으로 문제를 풀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고,이를 맡을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을 이용해 한국 실정에 맞는 에어컨 설계에 들어간 것이었다.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기술력이 부족한 우리가 생산하느니 선진업체의 도면과 기술을 베끼는게 낫다"는 내부 반대의견도 많았다.
선진업체를 따라잡는 건 당시만 해도 꿈 같은 일이었다.
프로젝트팀은 우선 공조기의 1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비전을 마련하고,기술개발 마스터 플랜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다음은 여기에서 제시된 기술개발 로드맵을 철저히 이행하는 일.
한 걸음씩 내디딘 지 10여년 만에 LG전자는 오히려 선진업체를 능가하는 기술을 갖게 됐다.
2000년 개발한 '고효율 저소음 터보팬'이 대표적인 예.
에어컨의 핵심부품인 터보팬은 시끄럽고 전력소모가 많은 게 가장 큰 문제였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에어컨이 갖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며 관련 기술개발을 소홀히 했다.
하지만 LG전자는 또다시 프로젝트 팀을 꾸렸다.
목표는 팬의 효율을 최대한 높이는 동시에 소음과 전력소모를 최소화하는 것.
무수한 실패를 거듭하기를 1년,결국 LG전자는 공기의 흐름에 맞게 터보팬의 입·출구 각을 달리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했다.
이 팬을 세계 최초로 적용한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기존제품에 비해 무려 48%나 줄어들었다.
소음 역시 4.0데시벨(dB)이나 감소했다.
선진국 유통업체들이 LG전자에게 달려드는 건 당연한 일.
한때 LG전자를 무시했던 선진업체들마저 이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앞다퉈 LG 에어컨을 사들이기도 했다.
LG전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기료 절감효과가 더욱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2000년 말 새로운 프로젝트팀을 발족했고,2001년 5월 기존제품에 비해 전기료가 60%나 덜 드는 '초절전 휘센 에어컨' 개발이란 결실을 맛보게 됐다.
이 에어컨에 첫 적용된 절전형 인버터 모터인 'SRM(Switched Reluctance Motor)'은 가동중 모터가 사용하는 전력을 각각 20∼70%가량 줄여주고,'SMPS(Switching Mode Power Supply)'는 가동하지 않을 때 전원트랜스와 회로기판의 전력손실을 90%나 감소시켜준다.
LG전자 관계자는 "휘센이 5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된 근간은 지난 89년에 설계한 '공조기 부문 장기발전 프로젝트'였다"며 "이때 프로젝트팀이 만든 로드맵을 토대로 10여년간 연구개발에 땀 흘린 결과 에어컨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