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젠 지역혁신 역량 강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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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 한국산업기술평가원장 >
21세기 지구촌은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코피티션(copetition,協爭)시대를 맞고 있다. 이같은 코피티션에는 개인과 기업 모두 불확실성과 리스크도 증대한다. 힘있는 자가 모든 걸 가져갈 수밖에 없는 게임의 룰도 동시에 존재한다.국가도 마찬가지다.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를 짊어질수 있는 강국만이 살아남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속의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국가의 모든 역량이 핵심역량을 쌓는데 집중돼야 하며, 이러한 차원에서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되는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참여정부 들어 내세운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이제 착수단계를 거쳐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하는 중반기로 접어들고 있다.
지역의 내생적 산업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클러스터(cluster)의 육성 및 지역혁신체제의 구축도 차츰 자리잡아가고 있다.저마다의 특화분야를 개발,개방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혁신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에서부터 생산,마케팅 등 모든 요소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는 이른바 한국형 혁신 클러스터들의 씨앗이 이곳저곳에서 발아되고 있다.그럼에도 지역혁신 체제가 신성장의 동력으로 샘솟기 위해선 몇가지 난관이 존재하고 있다.
첫째, 지역혁신 클러스터가 완성되기까지 최소 수십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성공적 클러스터로서 세계적 벤치마킹이 되고 있는 핀란드의 울루나 스웨덴의 시스타도 20∼30년의 역사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심지어 이탈리아의 밀라노,토리노처럼 5백여년의 전통을 가진 클러스터들도 존재한다.
둘째, 지역혁신 클러스터 발전의 근본이 기업들간 '경쟁과 협력'이라는 상호 모순된 논리란 점이다.
핵심기술은 암묵적인 것이어서 타기업에 유출되는 순간 시장에서 승부는 끝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치열한 경쟁은 핵심기술의 개발영역뿐만 아니라 보안의 영역에서도 야기된다.
그러나 이같은 경쟁개념이 클러스터내에서 경쟁자간 파트너십,즉 네트워크 개념으로 변화되고 이것이 상생하는 방법임이 세계적으로 다양한 클러스터 사례에서 나타났다.
셋째, 혁신 클러스터의 성공 열쇠는 '연구개발-생산-기업지원'이 상호 연계되면서 혁신적인 기술을 창출한다는데 있다는 점이다. 선진 지역혁신 클러스터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국가가 아닌 지역에서 혁신기술이 창출되고 확산될 수 있었던 과정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지역의 혁신기술 창출이 어려운 점은 '기술' 그 자체가 수준이나 종류에 있어서 천차만별이란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첫째,체제 및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기술개발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주택건설에서 입주자를 모집해 놓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다 지어놓고 입주자를 모집하는 경우의 사고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인프라구축보다 이를 유용하게 사용할 기술혁신주체(기업,기술인력 등)들의 양성 및 유인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둘째, 지역혁신 클러스터의 인적자본이 되는 인력양성을 서둘러야 한다.수출산업화가 본격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이촌향도'경향으로 인해 먹거리가 풍부한 소수의 대도시에 인적자본이 집중하는 국토공간의 불균형을 경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과 수도권 규제정책을 각 정부마다 실행했음에도 불구, 늘 실패한 실험으로 그치고 말았다.이 문제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끝으로,국가기술 혁신체계와 지역기술 혁신체계간 결합의 문제이다.즉 기술개발 및 지원의 공간적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모든 지역이 실리콘밸리가 될 수 없듯이 지역에서 탄생한 기술이 세계적 기술이 될수 없다. 그러므로 기술에 대한 올바른 평가체계를 확립하고 기술개발 및 지원의 공간적 범위 설정을 통해 단계적으로 중앙정부의 지원대상 기술을 선별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됐을 때 이것이 바로 서구의 수십년 걸린 지역 클러스터 육성을 조기에 완성시킬 수 있는 한국형 지역혁신 방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