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 안녕하십니까? .. "부어라...마셔라..."연말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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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초반의 회사원인 K 씨는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 각종 모임에 참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간단히 술 한잔만 마시겠다며 다짐을 하지만 쉽게 뜻을 이루지 못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결국 2~3차까지 자리를 함께 하고 만다.
술 자리를 피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더라도 몸이 망가지면서까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잦은 음주에 대비한 건강관리 요령을 소개한다.
◆빈 속 음주는 위벽 상하게 해
저녁 술자리는 보통 배고픈 상태에서 시작한다.
허기지면 모든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는데 술도 예외가 아니다.
빈 속에 첫 잔을 털어 넣고서는 술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밥부터 먹는 게 좋다.
'원샷'하고 빈 속에 술을 마시면 술이 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위에서 흡수돼 간으로 전달되므로 위벽을 상하게 한다.
간은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상태이므로 알코올 분해가 늦어지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술을 더 급하게 마시게 돼 더 빨리 취하게 된다.
그렇다고 술 마시기 전에 삼겹살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
알코올 분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술이 몸에 독이 되는 양은 어느정도 일까.
의사들은 주량에 상관없이 하루에 알코올을 50g 이하로 마시라고 권한다.
술의 종류에 맞는 잔으로 3∼5잔 정도다.
이 정도는 몸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
◆안주는 충분히 먹어야
술을 마실 때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안주를 충분히 먹는 것이 좋다.
안주는 술의 독한 기운을 없애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영양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단백질은 간이 알코올을 해독할 때 중요한 에너지원 구실을 한다.
고단백 안주는 위에 오래 머물며 술의 흡수를 늦추기 때문에 뇌와 신경세포에 도달하는 알코올의 양을 줄여준다.
그러나 알코올은 분해 작용 없이 위에서부터 직접 흡수되므로 그 효과는 생각보다 약하다.
안주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목으로 넘어간 알코올은 30분 안에 대부분 흡수되기 때문이다.
물이나 우유를 자주 마시면 알코올 농도를 묽게 해 위장의 부담도 줄일 수 있고 알코올 흡수도 느리게 해 빨리 취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술 섞어마시면 두통 심해져
맥주와 양주를 섞어먹는 '폭탄주'는 그야말로 폭탄같은 술이다.
폭탄주를 몇잔 마시면 그대로 뻗는 경우가 많은데 왜 폭탄주가 빨리 취하게 하는 걸까.
알코올 양으로 따지자면 간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다.
다만 맥주에 있는 탄산 가스가 알코올 흡수를 촉진시켜 빨리 취하게 된다.
간의 알코올 분해 기능도 금방 한계를 넘게 된다.
술을 섞어 마시면 알코올이 다 분해된 후에도 한참동안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술에 빛깔과 향을 더하는 첨가제가 섞이면 여러 가지 화학반응을 일으켜 두통이 더 심해진다.
◆녹차 숙취해소에 좋아
빨리 술 깨는 데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숙취 해소를 돕는다는 기능성 음료를 미리 마셔두면 도움이 된다.
음료에 포함된 성분 중 '글루메'는 위 점막을 보호하고 '아스파라긴산'은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독성을 줄여준다.
술자리 30분 전에 마시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충분히 수분을 취하고 꿀물,사과주스,포도주스같은 당분을 먹는다.
콩나물국,미역국,북어국,유자차,칡차,인삼차,비타민이 풍부한 주스나 과일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 이뇨작용이 있는 우롱차와 녹차도 술 깨는 데 도움이 된다.
녹차의 타닌과 비타민 B,C 성분은 취기를 없애고 불쾌감을 해소시켜 주는데 효과적이다.
술 마신 뒤 사우나를 하는 것보다는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거나 머리만 감으면 숙취 해소에 좋다.
머리를 감고 말리면서 두피 마사지를 해주면 머리에 있는 혈자리를 자극해 기와 혈의 순환이 좋아진다.
< 도움말=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윤수진 교수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