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던 미국 달러화가 최근 며칠째 주요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반등하자 달러화가 바닥을 찍고 하락추세를 벗어난 것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달러의 추가하락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역으로 달러 반등의 강한 신호라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달러 강세로 방향 틀었나 지난 10월 국제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배럴당 55달러를 넘자 곧 60달러,혹은 1백달러까지 오른다는 전망이 난무했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시장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상승을 말하기 시작하자 유가는 고점을 찍고 하락세로 반전했다. 최근 외환시장은 달러의 추가하락을 점치는 목소리 일색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상황은 유가가 그랬듯이 달러화가 약세에서 곧 반전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일 수도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뉴욕소재 헤지펀드인 FX컨셉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테일러는 "달러는 과매도 상태"라며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예측모델들은 달러 매도포지션을 청산해야 할 때임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업체인 4CAST의 앨런 러스킨 이사도 "지난 2주간 선물시장에서 달러매도 포지션이 축소돼왔다"며 "외환딜러들은 이제 달러매도 일색인 분위기를 경계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4일은 물론 내년 2월에도 계속해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상도 향후 달러강세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앙은행들이 최근 모두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해 상대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높아지면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증가로 달러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 2.0%인 미 연방기금금리가 올해 5번째로 0.25%포인트 오르면 ECB 금리수준(2%)을 넘어서게 된다. 내년초 이라크총선이 무리없이 치러지고 유가도 안정되면 달러의 하방경직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하락 추세로 조만간 복귀한다 그러나 다수의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달러가 장기하락 추세에서도 5∼10%의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다"며 아직 추세전환을 말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지난 4월초부터 5월중순까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백5엔에서 1백13엔까지 무려 7.6% 가량 올랐지만 결국 장기 하락추세로 되돌아왔다는 것이다. 현재 달러는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 최근 저점대비 평균 3.3% 가량 반등했다. HSBC은행의 외환전략가 클라이드 워들은 "지난 봄 반등 이후 달러와 관련된 여건들이 모두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달러약세 발언이나 부시 대통령의 재선 성공,존 스노 재무장관의 유임은 모두 추가적인 달러약세를 예상케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경상적자 규모가 줄어들지 않는 한 달러랠리는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도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지속되는 한 달러약세는 계속된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의 외환전문가 스티븐 젠도 "시장에 내재된 달러하락 압력과 달러약세를 유도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감안할 때 중기적으로 달러약세의 흐름이 바뀌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