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연구소의 김철수 부사장은 요즘 월요일 저녁이 되면 만사 제쳐놓고 시내 모처에 있는 클럽에서 직원들과 노래연습을 하고 있다. 올해 송년회에 김 부사장이 리더인 '안랩올스타즈밴드'의 공연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김 부사장은 젊은 시절 미군부대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고 음반취입까지 고려했을 정도로 프로급 실력을 자랑한다. 이 사실을 안 직원들의 공연 요청이 쇄도하자 김 부사장은 매출 3백억원을 넘긴 후 무대에 서겠다고 약속했었다. 한해가 저물어가면서 톡톡 튀는 이색 송년회를 준비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특히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인터넷 벤처기업의 경우 창의성이 강조되는 업종 특성 때문인지 송년회 역시 유별나다. 그저 먹고 마시는 자리가 아니다. 직원들의 숨겨둔 끼를 발산하고 임직원 가족과 함께 즐기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생활문화기업인 큐앤에스도 대표가 밴드를 이끌고 흥을 돋운다는 점에서 안철수연구소와 비슷하다. 이 회사는 오는 22일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2백39개의 가슴으로 켜는 촛불'이란 송년회를 연다. 이날 최웅수 대표는 '최웅수와 혼수상태'라는 회사밴드를 이끌고 '넌 할 수 있어' 등 따뜻하고 희망찬 노래를 부르고 직접 만든 연하장을 2백39명 전 직원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결제대행업체인 이니시스는 한해를 되돌아보는 타임캡슐 개봉 행사를 갖는다. 지난해 종무식 때 1백50명의 직원이 써서 타임캡슐에 담아둔 '2004 나의 다짐'을 꺼내 읽어보며 한해를 되돌아보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는 또 '2005 나의 다짐'을 새 타임캡슐에 담아 밀봉할 예정이다. e비즈니스 솔루션 업체인 펜타브리드는 회사 근처 술집을 통째로 빌려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와 사내 10대 뉴스 등을 발표한다. 설문항목은 야근을 제일 많이 한 사람,지각을 가장 안한 사람,저축을 가장 열심히 할 것 같은 사람 등 20여개다. '첫 사내 커플 탄생' 등 올해를 정리하는 사내 뉴스도 발표하며 직원들간의 친목을 다진다. 케이디미디어는 송년회에서 이색 시상식을 갖는다. 임직원 1백20명 전원이 각자에 어울리는 상을 받는다. 출산장려정책에 동참한 직원에게는 '출산장려기여상'을,술자리에 가장 많이 참석한 직원에겐 '술자리 최다 출연상'을,최장 야근자에겐 '워크홀릭상'을 준다. 출산장려기여상에는 아기용품 세트,술자리 최다 출연상에는 간장보호제,워크홀릭상에는 보약 등을 상품으로 줄 예정이다. 사진 사이트 탑포토(www.topphoto.co.kr)를 운영하는 디엔씨미디어는 전 직원이 누드촬영대회에 참가한다. 이순재 대표는 "사진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누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기 위해 송년회 행사를 겸해 다함께 누드촬영대회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31일 서울 창전동 사옥에서 사업부별로 '예쁜 김밥 만들기'대회를 하며 일명 '김밥 송년회'를 갖는다. 이랜드 관계자는 "초창기 어려웠던 시절에 단무지 밥 김만으로 만든 김밥을 먹으면서 서로 격려하고 일했던 시절을 잊지 말자며 매년 연말이면 부원들끼리 김밥을 나눠먹으며 팀워크를 다진다"고 소개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모시는 이색 송년회를 준비한 기업도 있다. 태평양 헤어케어 브랜드 '미쟝센'을 담당하는 매스뷰티사업부는 오는 20,21일 팀장 이상 임원들이 서울 본사 헤어케어룸에서 사원들의 머리를 대신 감겨주는 종무식을 갖는다. 마케팅부문에서는 서울 압구정동 '디아모레갤러리'에서 팀장급 이상 간부들이 1일 주방장·서빙 요원으로 나서 사원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대접하기로 했다. 이계주·김태완·이방실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