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올해 실업계 고교가 인기를 끈 이유로 청년실업,불경기,대입제도의 변화 등을 들고 있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신드롬'으로 대표되는 청년실업 문제도 학생들의 발길을 실업계 고교로 돌리게 한 주된 원인이 됐다. 인문계고를 나와 직무적성과 별 상관이 없는 인문·사회계열 대학으로 진학해 봐야 취직이 힘들다고 생각한 학생들이 취직을 위해서는 확실한 직무능력을 익힐 수 있는 실업계고가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강성봉 서울시 교육청 장학사는 "실업계고 취업률이 인문계고 졸업자나 대졸자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학생들이 실업계고로 몰리고 있다"며 "졸업하자마자 현업에서 쓸 수 있는 수준 높은 실업교육을 하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생기고 실업계고에 대한 장학금 지원혜택도 늘어나는 등 실업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있어 실업계고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수업료,사교육비가 적게 드는 실업계고를 택한 '생계형' 진학생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북구 삼선 중학교에서 진학 지도를 담당하는 양소영 교사는 "학부모의 상당수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감당해야 할 교육비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이 경우 수업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사교육비도 비교적 덜 드는 실업계고를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원하는 중위권 학생들이 실업계고를 대학진학을 위한 '우회로'로 택한 경우도 많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08학년도부터는 대입에서 학교별 내신의 비중이 크게 높아진다. 실업계고에 진학할 경우 인문계보다 나은 내신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실업계고를 대학 진학의 디딤돌로 고른 것이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고의 오주혜 교사는 "최근 탐구영역에서 직업탐구영역이 신설됐고,학교별로 정원 외 3%를 실업계 고교생만을 대상으로 특별전형하는 등 실업계 고교생의 대학 진학 환경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취업교육 위주였던 실업고 학생의 상당수가 대입을 위한 교육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