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한국 증시는 안팎의 바람에 쉴새없이 흔들렸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긴축 정책과, 고유가 등 이른바 해외발 `3대 악재'가 연중 한국 증시를 강하게 짓눌렀으며 국제 정정 불안, 주한 미군의 이라크 파견,대통령 탄핵안 가결 등 굵직한 사건들이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 가운데 가장 파급력이 컸던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중국의 긴축정책.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정책을 시사하면서 전세계 증시가 출렁였고 한국 증시도 패닉 상태에 빠졌들었다. 12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원자바오 총리 발언으로 4월29일 종합주가지수가 26.42포인트(2.92%) 급락했고, 30일에도 여진이 남아 12.57 포인트(1.44%) 하락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29일 사상 최대인 7천748억원, 이튿날에는 7천134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이틀간 1조4천882억원을 순수하게 팔아치워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주가 하락 폭만 놓고 보면 이보다 더 강력한 악재도 여럿 있었지만 중국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는 올 한해 지속적으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 쇼크'가 한국 증시에 오랜 기간 그늘을 드리웠다면, 이라크 송유관 파괴사건은 단기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기며 `피의 월요일'을 연출했다. 5월10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괴한들이 송유관을 파괴, 석유수출량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날 지수 낙폭은 장중 최대 67.43P, 종가 기준으로 역대 9번째인 48.06포인트(5.07%)를 기록했다. 또 이라크 송유관 파괴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감이 희석될 무렵인 5월17일에는주한미군 일부의 이라크 파견 소식이 다시 한번 주식 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날은 장중 최대 45포인트, 종가 기준 39.48포인트(5.14%)나 주가가 내렸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된 가운데, 나스닥 선물과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한 것도 투자심리에 독(毒)으로 작용했다. 6월3일에 나온 골드만삭스 중국담당 경제분석가의 중국 금리 인상 예측도 `제2의 중국 쇼크'로 증시에 찬물을 끼얹었다. 7월 중순께 중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는 요지의 이 전망은 이미 한차례중국 쇼크에 위축됐던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켰고, 중국 당국의 공식 부인에도불구하고 폭락세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이 전망은 이날 지수를 34.33포인트(4.26%) 급락한 770.06까지 밀어내렸다. 3월12일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역시 굵직한 해외발 악재 못지 않은영향력을 발휘했다. 국회가 표결에 들어간 뒤 `패닉' 조짐을 보이며 한때 47.88포인트나 밀렸던 지수는 투매가 진정되면서 낙폭을 다소 만회했지만, 선물 시장에서는 지수선물이 5%이상 급락, 사이드카가 발동돼 매매 호가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또 10월12일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발표된 LG필립스LCD[034220]의 3.4분기 실적도 정보기술(IT)주에 대한 `어닝 쇼크' 우려를 키우면서 지수를 23.02P(2.60%)나 끌어내렸다. 특히 LG필립스LCD의 실적 발표는 이후 IT주 하락의 신호탄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하루만에 6.1%나 급등했던 국제 유가(6월2일), 사상 첫 배럴당 50달러를넘어선 유가(10월4일), 환율 1천100원선 붕괴(11월15일) 등도 올해 증시에 충격을준 사건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훈.신호경기자 meolakim@yna.co.kr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