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을 가득 담은 자루를 열 달 동안 배에 차고 다닌다. 4∼5kg의 짐이 든 축축한 자루를 안고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거실을 오락가락한다. 산 낙지를 망태기에 담되 다리 한 개도 삐져나오면 안된다." '부모 노릇 정말 힘들어'를 쓴 콜린 볼스는 부모가 되고 싶으면 일단 이렇게 연습해보도록 권한다. 임신,아기 재우기,옷 입히기가 가능할 것 같거든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고 말한다. 소파엔 땅콩버터,커튼엔 젤리를 묻힌다. 외출 전 화장실 앞에서 30분 동안 기다린다. 먼저 나가 문밖에서 서성이다 길까지 서너 번 왔다갔다 한다. 슈퍼마켓에 염소를 데리고 가서 염소가 먹거나 부순 걸 변상한다. 무슨 말이든 최소 다섯 번 반복한다. 볼스는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부모가 되기 전 먼저 아이를 낳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훈육법과 인내심 부족을 꼬집고,아이의 버릇없는 행동을 고치는 법을 일러준다. 충고하면서 재도 좋다. 사는 동안 어떤 문제의 해답을 자신만만하게 제시할 기회는 마지막이니까." '자식 둔 부모는 결코 입찬 소리를 할 수 없다'는 얘기인 셈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델토나의 한 부모가 아들(17세)과 딸(12세)이 방 정리도 하지 않고 빨랫감을 아무데다 던지는 등 멋대로 굴자 요리 빨래 청소를 해주지 않는 등 '부모 파업'을 선언했다는 소식이다. 고달프기로 치자면 세상 어디 부모가 한국 부모에 비길까. 엄마는 학원비를 보태려 궂은 일도 마다 않는데 자식은 '공부한다'는 핑계로 청소나 빨래는커녕 벗은 옷가지와 양말조차 치우지 않는 마당이다. 그러다 보면 대학생이 되고도 손끝 하나 까딱 않고 시켜 먹은 자장면 그릇은 거실,주스잔은 책상에 널브러뜨려 놓는다. "토요일 늦게 퇴근했더니 부엌에 설거지거리가 잔뜩 쌓였어요. 남편은 산에 갔었다며 누웠고 다 큰 딸애는 없고 고3인 아들은 라면을 먹었다며 짜증내고.평소같으면 그냥 치웠을텐데 그날은 눈물이 솟더군요. 어쩌나 보려 뒀더니 이틀동안 그대로였어요. 더 이상 못참겠다고 했더니 요즘엔 남편과 딸이 거들어요." 파업 중인 미국 부모는 '협조와 존중을 요구하며'라는 피켓을 내걸었다고 한다. 한국 부모들의 심정도 같지 않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