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은 때 망년회 크게 할 필요 있나요?" "그래도 일년에 한 번인데 갖출 건 갖춰야.." 부유층과 기업들을 중심으로 `호화 연회'가 두드러졌던 서울 강남권에도 경기불황의 여파가 미치고 있다. 동문이나 각종 단체 모임 등을 중심으로 결혼식 등의 행사를 망년회와 함께 치르는 `M&A형' 연회가 확산되는 등 다양한 연회비 긴축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는 것. 그러나 일부 외국계 기업, 대기업 등에서는 호텔 대연회장 등에서 대규모 송년회를 열기로 하는 등 예년 못지 않은 화려한 연말행사를 준비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 `M&A 망년회(?)'..단체모임 긴축 아이디어= 지난 10일 회사원 김모(30)씨가참석한 대학 선배의 결혼식은 점심시간대가 아닌 저녁 7시께 열렸고 상당수 하객들은 결혼식을 마치자 선릉역 인근 음식점으로 몰려가 `망년회'를 가졌다. 결혼하는 선배 심모(34)씨가 대학동창 망년회를 본인의 결혼식 피로연과 한 데합치자는 아이디어를 내고 선ㆍ후배들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모임을 간소화할수 있다'는 취지에 동의하게 된 것. 김씨는 "주5일 근무제의 도입 등으로 휴일을 집에서 보내겠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결혼식을 금요일 저녁에 여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비슷한 모임이면 여러 개를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다른 회사원 백모(25.여)씨는 지난 4일 서울 삼성역 부근에서 열린 대학 동아리선배 결혼식에 나갔다. 평소 결속력이 좋았던 이 동아리는 오는 18일로 별도의 송년회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회원들이 다들 모인 김에 `결혼식 하객 뒤풀이'와 연말모임을 `M&A'하기로 결정하고 인근 주점에 `통합 연회' 장소를 마련해 조촐한 술자리를 가졌다. 한 이벤트 전문회사에 따르면 4년째 1박2일짜리 송년행사를 개최해 오던 한 의료기 회사는 연말 행사를 모두 취소하고 내년초 하루짜리 회사 비전선포식을 열겠다며 행사 기획을 의뢰해 왔다. `흥청망청 놀자'는 식의 화려한 연회 프로그램 보다는 사원들의 의식을 높여주는 강의와 결의행사 쪽으로 초점을 맞춰달라는 것이 이 회사측의 부탁이었다는 것. 한 자동차 부품회사의 경우, `폭탄주'문화 일색이었던 송년회 계획을 취소하고지난 11일 각종 게임 등을 곁들인 가족모임 형태의 망년회를 열었다고 이 이벤트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망년회를 술자리가 없는 점심모임이나 영화 단체관람 등으로 바꿔간소화하는 회사나 단체 등도 많아 이벤트 회사로서는 위축감을 느끼기도 한다"고덧붙였다. ◆ "명색이 망년회인데" 외국기업 등 대규모 행사= 이같이 세밑 행사가 간소화되는 경향 속에서도 대기업이나 외국계기업 등에서는 특급 호텔의 대형 연회장을 빌려 화려한 송년행사를 여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 강남의 M호텔의 연회장 예약률은 대연회장은 물론, 소규모 장소까지 이미90%에 도달한 상태로 이달 중순이 넘어가면 모든 장소예약이 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 일부 단체에서 꾸준히 예약문의가들어오고 있다"며 "추가로 돈을 지불해야 하는 연예인 초청행사나 각종 쇼 등 연회이벤트 역시 예년과 다름없이 문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R호텔 연회장 예약률이 80%를 웃돌고 있고 16개 연회장을 갖고 있는 L호텔은 11월말부터 12월말까지 30명 이상 들어가는 대.중연회장의 저녁 모임 예약률은이미 90%에 이르고 있다. R호텔 관계자는 "불황을 의식해 객실료 인하 등 각종 실속상품으로 고객잡기에나서고 있지만 다국적 기업이나 동문회 등에서 올 연말에도 변함없이 송년회 문의를해와 연회사업에는 큰 문제를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선릉역 인근의 한 룸살롱 역시 12월 중순이 되자 기업 관계자 등의 예약문의로`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 업소 관계자는 "다른 업소에서는 술값을 내려달라거나 양주 대신 소주를 팔아달라는 식의 예약문의가 많다고 들었다"면서 "그러나 불황을 모르는 손님들은 연말을 맞아 가격을 슬쩍 올려도 좋은 장소만 마련된다면 좋다는 식"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김병조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