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기초부터 새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한마디로 세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분초를 다투어 가면서 변하는데 강의교재와 학습방법의 개선에는 시차 즉 타임래그(time lag)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유학 시절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서 경제신문을 교재로 활용하는 수업을 자주 보았다. 이것이 NIE라고 부르는 교습방법이다. 이를 가장 먼저 전개한 기관은 미국의 하버드대학과 뉴욕타임스였다. 현대적 의미의 경영학이 막 태동되던 시기였던 1932년에 이 황금의 콤비는 현실과 이론을 접목시키려는 시도에 나섰다. 그 작업은 대성공이었다. 하버드에 이어 많은 대학들이 뉴욕타임스를 교재로 채택해 교육을 시작했고 급기야 1958년에는 미국신문발행인협회(NAPA)까지 나서서 모든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NIE 교육에 착수하기에 이른다. 특히 1960년대 이후에는 세계 최고의 경제신문으로 평가받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을 중심으로 NIE를 통한 현실감있는 경영·경제 교육을 시작해 지금도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실용주의적 학문의 토양은 이러한 운동들의 결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학과 산업체와 교육적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지난 봄 한국경제신문의 관계자들을 만났다. 이심전심이었던지 만나자마자 NIE 교육 제휴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9월 시작된 제2학기에 고려대 경영학과에 '산업연구'라는 과목 개설로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신문은 무료로 배포했고 고려대 기업경영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이 교육적 차원에서 제비용을 나누어 지원했다. 한국경제신문을 만드는 논설위원 데스크 전문기자 취재기자들이 출강해 기업과 경제 현장의 움직임을 소상하게 설명했고 학생들과 활발한 토론도 벌였다. 신문을 매일 읽고 그 기사를 직접 쓰고 편집하고 만든 신문사 사람들의 강의를 들으면서,그동안 교과서를 통해 피상적으로만 알아왔던 경영이슈들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게 학생들의 소감이다. 고려대는 이제 초석은 다져졌다고 믿고 내년 봄학기에는 교육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이고자 한다. 그 동안에는 언론인들만 출강하였으나 앞으로는 고대 교수진도 가세해 학문적 소양과 현장 감각을 동시에 익히도록 할 것이다. 교재도 한국경제신문을 주교재로 하되 월스트리트저널(미국) 니혼게이자이신문(일본) 파이낸셜타임스(영국)도 수시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른바 '세계 4대 경제신문'을 동시에 읽음으로써 국내외 산업·경제 동향을 동태적으로 공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실상 대한민국 최초의 체계적인 언학공조(言學共助)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 초석을 다진 의미있는 한 학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