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 최근 국민은행, 코오롱캐피탈, 하이닉스반도체 등 연이은 회계기준위반사례로 대우와 SK글로벌 사태 이후 분식회계가 재연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경제의 불투명한 회계를 개선하고자 수많은 제도개선 노력이 있었던 만큼 이 같은 분식회계 사건을 접하게 되어 마 음이 무겁다. 그 동안 외환위기 이후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우리나라의 회계제도는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될 만큼 정비되었다. 2001년에는 회계법인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공인회계사 선발인원도 대폭 확충하여 경쟁을 촉진하는 기반을 조성하였으며, 2003년에는 회계제도선진화를 목표로 증권거래법,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공인회계사법등 회계관련3법을 개정한 바 있다. 미국 엔론사태로 촉발된 Sarbanes-Oxley법의 주요내용을 국내실정에 맞게 반영한 것으로서 그 폭과 강도는 가히 회계개혁이라 부를 만큼 강력한 것이다. 그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공개기업의 사업보고서 등 공시서류를 대표이사와 재무담당이사가 인증하게 하고, 공인회계사(회계법인)의 감사기간 동안에는 컨설팅업무 등 비감사업무를 제한하였다. 이밖에도 공개기업의 회계감사는 연속하여 6년을 넘지 않도록 하여 공정한 감사를 유도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항구적으로 법제화하였다. 공인회계사 시험제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지금까지 상대평가로 합격자를 결정하던 것을 2007년부터는 절대평가로 바꾸고, 2차시험에서도 부분합격을 인정하였다. 올해에는 회계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추진 중에 있다. 연결재무제표중심의 공시체제를 갖추고, 기본재무제표로 자본변동표를 도입하는 등 우리나라 회계기준을 국제적 기준에 부합되도록 할 예정이며, 특히, 그간 정책의 초점에서 벗어난 임의감사에 대해서도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등 회계서비스의 질적수준을 높일 예정이다. 이와 같은 제도개선 노력의 결과 우리나라 회계전반의 투명성은 97년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은 국제적인 기준에 비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근접해 있으며, 회계법인들의 감사기법도 국제적인 외국회계법인과 업무제휴를 통해 도입한 것으로 매우 정교한 수준까지 왔다고 평가받는다. 이에 회계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회계투명성이 대단히 취약하다고 묘사되는 것은 그 동안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한, 건전하지 못한 기업이 회계장부를 의도적으로 조작할 위험은 비단 우리나라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월드컴과 엔론, 중국의 차이나라이프, 네덜란드 아홀드, 이탈리아 파마랏 등 세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하드웨어(제도)에 걸맞는 소프트웨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현실을 보면, 일부기업들은 자신이 작성한 회계정보를 검증하여 신뢰와 유용성을 부여하는 회계감사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부 외부감사인들도 감사품질보다는 가격경쟁에 더 신경을 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계정보의 생산, 검증, 공시, 이용에 관한 제도의 정비도 중요하지만, 이같은 일련의 과정에 참여하는 개별주체의 인식과 관행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계정보의 이용자인 투자자가 투명성이 높은 기업의 회계정보를 보다 가치있게 평가하여 믿지못할 200원의 이익 보다 신뢰할 만한 100원의 이익에 투자할 때 기업은 공시되는 회계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애쓰게 되어 불투명한 회계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회계투명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회계는 그 객체의 모양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분식회계 논란은 한단계 도약하지 못한 우리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이쪄서 배가 나온 사람은 운동과 식이요법이 필요한 것이지 자꾸 불룩한 배만 졸라매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기업의 회계투명성은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노력하고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에만 달성이 가능한 종합예술이다. 조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