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3일 한나라당을 배제한 채 사실상 여당 단독으로 임시국회를 전격 가동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여당이 이른바 '4대 입법'을 합의처리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으면 등원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어 이달 임시국회는 당분간 '반쪽 국회'를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소집,새해 예산안과 경제법안 처리를 위해 각 상임위를 강행키로 결정했다. 박영선 공보담당 원내부대표는 "예산안,이라크파병 연장동의안,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 등 각종 민생·경제법안이 산적한 만큼 국회가 더이상 공전을 거듭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며 "즉시 상임위를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도부의 이같은 방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방위와 행정자치위 법제사법위를 제외한 나머지 상임위를 모두 소집,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회의를 강행했다. 통일외교통상위는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을 출석시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순방외교 결과를 들었고 문화관광위 건설교통위 보건복지위 등도 전체회의 또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참여 거부로 대부분의 회의는 실질적인 법안심사에 들어가지 못한채 겉돌았다. 특히 한나라당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재정경제위 교육위 과학기술정보위 등은 위원장이 회의장에 나오지 않아 간담회로 대체됐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소속 위원장이 계속해서 불출석할 경우 이를 의사일정 거부로 간주,국회법에 따라 열린우리당 간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도록 해 회의를 진행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부로 파행 중인 예산결산특별위의 계수조정소위도 14일부터 민주당과 함께 강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생,안보 관련 법안처리에는 동의하지만 국가보안법 폐지 등 '4대 입법'을 일방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에는 응할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재확인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여당이 민생우선,안보우선의 정치를 할 의사가 있다면 협조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4대 악법'은 불요불급하고 정략성과 위헌적 소지가 있어 국민여론을 수렴한 후 차근차근 여야 합의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여당이 임시국회 소집도 단독으로 하고 진행까지 단독으로 한다는 것은 '힘의 정치'로 4대 법안과 예산안 등을 강행처리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오만한 태도를 버리고 지금이라도 수에 의한 단독처리 강행 방침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박해영·양준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