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15:11
수정2006.04.02 15:14
당·정·청 사이에 극심한 분열을 몰고왔던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문제가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춰 가닥을 잡았다.
'내년부터 시행'이란 결론을 내렸으니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의 주장을 관철시킨 셈이지만,'유예 검토'를 밝혀온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책임장관회의,고위당정협의 등의 수순을 밟아 이견을 해소토록 하는 형식을 빌렸다.
한때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았던 사안치고는 원만한 해결을 본 셈이다.
정책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 부총리가 하되,핵심은 이 위원장 소신을 택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두 사람이 '윈-윈'했다는 평가까지도 내놓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간 당·정·청 간 이견으로 인해 빚어진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정책결정 과정처럼 원만히 수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당장 신문사엔 '부동산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1년 유예 검토는 물건너간 것이냐''집부자들도 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은 허언이었느냐' 등 허탈감을 토로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1가구 3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들 중 상당수가 양도세 중과를 1년정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재경부와 여당 일각의 방침을 믿고 양도 시기를 늦춰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방침이 흘러나온 것은 11월 초.양도세 중과 유예 검토 발언이 나오지 않았더라면 빠듯하지만 주택을 처분할 수 있었을 것이란 다주택 보유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양도주문)마저 줄어들어 거래가 사실상 단절된 상황은 누가 책임지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책 입안자들은 발언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 의장이 직접적 표현을 삼가는 이유를 우리 정책입안자들도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