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은 30여년 전에 종식이 됐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고엽제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미군은 베트남전쟁 당시 게릴라가 숨은 정글의 은신처를 막고 또한 그들의 식량루트를 차단할 목적으로 나뭇잎을 말려 죽이는 고엽제를 대량으로 살포했었다. 그런데 노란색 드럼통에 들어 있었다 해서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로도 불리는 이 고엽제에는 인체와 주변환경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죽음의 재'로 불리는 다이옥신은 종전 후 미 정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전쟁에 참가한 당사자는 물론 후손들이 각종 암과 불임,기형아 출산,발육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는데 그 원인이 다름아닌 고엽제로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월남전에 참전한 우리 군인들에게도 고통은 예외가 아니었다. 뒤늦게 고엽제의 피해를 인정한 정부는 지난 1998년 관련법률을 제정했고,일부 파월 장병들은 제조사인 다우케미컬과 몬산토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다이옥신은 인류의 발명품 중 가장 최악의 물질로 꼽힌다. 청산가리의 1만배에 이를 정도로 독성이 강해 실험용 쥐에 10억분의 1g만 투여해도 즉사할 정도다. 다이옥신은 1957년 미국 농가에서 쓰이는 제초제에서 처음 발견됐으나,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우크라이나 야당 대선후보인 빅토르 유셴코의 얼굴이 심하게 변형되면서 다이옥신 논란이 또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독살설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어떤 결말을 맺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피부 변형이 다이옥신 탓이라는데는 의사들 간에 이론이 없는 것 같다. 다이옥신은 도시의 쓰레기 소각장이나 염소 등을 사용하는 공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다이옥신은 분해되지 않고 토양이나 침전물에 축적되고 생물체내로 유입되면 수십년 수백년까지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한다. 고엽제 충격에 이어 유셴코의 사례가 다이옥신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