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ㆍ공기업 취업 과잉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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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서울대 졸업을 앞둔 김인석씨(27.가명.인문대).사상 최악의 취업전쟁 속에서도 요즘 제일 잘 나간다는 전자회사,연봉이 높기로 소문난 금융회사,그리고 공기업 등 3곳에 합격했다.
김씨 마음은 연봉은 낮지만 이미 공기업으로 기울었다.
40대 중반이면 밀려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대기업 근무 선배들의 한탄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우수인력이 공무원 공기업 공사로 대거 몰리고 있다. 환경미화원 채용시험에 대학원 졸업자가 지원하는가 하면 인천공항 보안검색 요원 모집에 외국 유명대 출신이 몰려 학력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공무원이나 공사로 전직하는 대기업 직원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업난 속에 중견·중소기업들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것도 '공무원 및 공사 선호' 풍조의 영향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우수인력이 공공부문에 쏠리는 데 대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근간인 기업의 맨파워 약화로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솟는 경쟁률,높아지는 커트라인=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 하반기 채용을 대행한 9개 공기업의 평균경쟁률은 1백32대1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8개 공기업 평균 1백28대1)보다 껑충 뛴 것이다.
커트라인도 대폭 높아졌다. SH공사(옛 서울시 도시개발공사) 이용득 인사팀장은 "6급 모집에 3급 대우 수준인 공인회계사들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중 신입사원을 뽑은 한국석유공사(경쟁률 1백20대1)의 경우도 경영직 토익 합격선이 9백70점이었다. 예전에는 9백40점이면 안정권이었다. 농업기반공사의 경우 2명 모집에 1천7백여명이 몰려 토익 점수 9백75점에서 당락이 갈렸다. 지난달 채용을 실시한 한국수출보험공사의 지원자 중 석사 이상이 3백80명(12.1%),해외유학파 61명,공인회계사 69명이 몰렸다.
◆선망의 대상 '철밥통'=올해 7ㆍ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도 최고치를 경신했다. 7급 공무원의 경우 지난해 들어 경쟁률이 1백대1에 육박하더니 올해는 1백36.5대1로 뛰었다.
하반기에 실시된 9급 국가직 공무원 공채시험의 최종 경쟁률이 90대1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합격자의 94.3%가 대학중퇴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울산 시청의 경우 9급 일반직 모집에 최근 2∼3년 동안 고졸 응시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최근엔 울산 현대차에서 과장 승진을 눈앞에 둔 대리급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9급 공무원으로 들어온 경우도 있다.
공무원 시험 전문 고시학원에도 기업 직원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종로에 있는 이그젬 고시학원의 임지연 상당실장은 "전체 수험 준비생 중 20%가 기업 출신이며 이 중 5% 정도는 대기업 출신"이라고 말했다. 미혼남녀의 배우자 직업 선호도에서도 공무원 공기업 직원 등 안정성이 높은 직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업 '고급 인력난'=대기업에서도 공직을 향한 이탈자가 나오고 있다. 포스코 원순걸 인사담당 과장은 "직원 중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등으로 전직한 사람들이 일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용식 SK 울산컴플렉스 홍보부장은 "대졸자들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인력은 흔치않다"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의 경우 실력있는 직원 채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우수인력들이 공무원만 하겠다고 나서면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울산=하인식,김혜수,정인설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