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배당과 관련해 주식을 매수하려는 대기자금이 1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돼 수급사정에 상당한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먼저 주식(현물)을 팔고 선물을 보유중인 프로그램 매도차익잔액(선물매수+주식매도)과 인덱스펀드에서 약 5천억원의 매수가 기대된다. 여기에 올들어 급증한 대차거래잔액(외국인 등이 국내 주식을 빌려다 판 잔액) 가운데 1조원 가량이 배당투자시한인 오는 29일까지 가세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배당관련 매수대기자금이 수급사정을 호전시켜 연말 증시의 하방경직성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조원 상당의 대차거래 수요 13일 LG투자증권에 따르면 작년말 2조원에 불과했던 대차거래잔액은 올들어 급증,현재 4조5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대차거래는 △해당종목의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거나 상승모멘텀이 꺾여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을 때 △해외DR(주식예탁증서)나 주식·주가지수간,또는 개별종목간 차익거래를 위해 주식을 매도할 필요성이 있을 때 예탁원 등으로부터 주식을 빌려 판 다음 시장에서 주식을 사서 갚는 매매방식을 말한다. 황재훈 LG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차거래잔액은 매년 12월에는 감소하기 마련"이라며 "지난 2002년에는 5천억원,작년에는 7천억원가량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배당 때문이다. 주식을 빌린 투자자가 주식을 매도한 상태에서 배당기준일(오는 29일)을 넘기면,주식의 원래 주인은 배당을 못받게 된다. 이 경우 대차를 한 투자자는 주식을 대여해준 투자자에게 수수료는 물론 일종의 '기회비용'인 배당금도 대신 지불해야 한다. 대차관련 비용이 배당기준일 이후에 급증하게 된다는 얘기다. 황재훈 연구원은 "상당수 기업의 올해 배당수익률이 현재 4%에 달하고 있어 배당기준일 전에 대차거래자는 주식을 시장에서 사서 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2년간의 사례로 볼때 올해는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특히 이같은 대차거래 잔액 감소는 이달 중순이후 집중되면서 현재 대차잔액이 많은 현대차 LG전자 SK(주) 등의 수급사정을 개선시킬 것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배당관련 프로그램매수 5천억원 전문가들은 배당을 받기 위한 프로그램매수도 꾸준히 들어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영 서울증권 연구원은 "이날 현재 7천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도차익잔액 중 4천억원과 현재 선물을 보유중인 투신·연기금의 인덱스펀드의 '선물→주식' 교체자금 1천억원 등 총 5천억원은 선물베이시스가 호전될 경우 배당금을 받기 위해 프로그램매수로 유입될 공산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이날 -2.1∼-2.2에 머물렀던 베이시스가 -1.8보다 높아져야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배당과는 큰 연관이 없지만 베이시스가 호전되면 이에 따라 단기 매수·매도를 되풀이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딩' 성격의 프로그램 매수도 약 3천억원 가량 추가 유입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1조5천억원 정도의 배당관련 주식매수와 3천억원 가량의 베이시스 트레이딩 프로그램 매수가 유입되면 증시 수급사정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전 연구위원은 "다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이같은 배당과 관련한 주식매수가 증시 반등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적어도 증시 하방경직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