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통시장은 소비위축으로 '저가화'라는 큰 흐름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점의 소매시장 점유율은 2003년 13.3%로,국내 최대 유통 업태로 올라선 데 이어 2004년 14.7%,내년 16.4%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백화점 점유율은 2003년 11.7%,2004년 11.1%에서 2005년 11.1%로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 할인점의 성장 배경으로는 △소비자의 구매 합리화 △불황에 따른 가격 의존형 소비 심화,그리고 △할인점의 비식품 상품 구색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소매업 컨설팅업체 리테일링포워드의 휘트필드(Mary B Whitfield) 부회장은 '미국 소매기업의 전망과 메가트렌드'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에서도 백화점의 경영 위기와 악순환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슈퍼센터의 강세가 지속돼 월마트는 오는 2010년까지 고성장을 이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할인점 시장의 변화 출점 경쟁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점포를 낼 곳이 소진돼 감으로써 황금 입지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게 확실하다. 선두주자 이마트는 내년에도 가장 많은 새 점포를 열 계획이다. 연초 서울 양재점을 시작으로 10개 이상 신규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도 상하이에 3∼4개 점포를 추가로 연다. 2위 홈플러스는 전국에 새 점포 8∼10개를 열 예정이다. 슈퍼마켓 형태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20여개를 신규 오픈한다. 롯데마트도 새 점포를 10개 정도 늘리는 한편 기존 점포 리뉴얼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할인점 시장 자체의 변화도 예상된다. 현재 식품 비중이 50% 이상인 슈퍼센터형 중심에서 내년에는 아울렛형 할인점이 세를 넓혀갈 전망이다. 패션상품이 대거 추가된 '2001아울렛'과 '세이브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정통 아울렛도 강화될 조짐이다. 아울렛은 이월상품 중심의 패션의류를 주로 취급한다. 또 목적 구매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도심 외곽에 테마파크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세계는 미국 첼시와 경기도 여주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아울렛 매장의 확산은 '저가화'라는 메가 트렌드의 연장선상에서 할인 업태가 세분화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의류를 중심 상품으로 구성하는 백화점의 수요 기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백화점의 생존전략 백화점은 생존을 위한 변신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불황과 다른 업태의 고객잠식이란 이중고를 돌파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아울렛의 확산으로 백화점은 명품을 통한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롯데가 내년 2월 서울 소공동 본점 옆에 대형 명품관을 여는 것도 이런 전략의 하나다. 신세계도 충무로의 본점 신증축을 끝내고 1만5천평 규모의 대형 점포를 연다. 백화점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상품매장에 연계시키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지하 매장이 푸드코트 및 영화관과 바로 연결돼 수많은 젊은이의 명소가 된 것도 '쇼핑과 오락의 결합'이란 백화점 생존 전략의 구체적 사례다. 한편으로는 상품차별화를 위해 독점 취급할 수 있는 브랜드를 대거 늘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일본 소매 업체들과 잇따라 제휴,초저가 의류 '유니크로'와 자연주의 상품 '무인양품'의 독점 판매에 나선 것은 불황 장기화에 대비한 상품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