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인들은 2004년을 '최악의 해'라고 입을 모은다. 연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부족 및 가격폭등,하반기의 유가급등 등으로 공장 가동을 멈추는 기업들이 잇따라 생겨났다. 공장과 생산설비는 매물로 나오고 창고에는 원자재보다 팔리지 않은 제품으로 넘쳐났다.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않아 내수시장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적자경영에 허덕였다. 게다가 최근의 환율 하락으로 수출 중소기업들마저 채산성 악화에 시달렸다. 대기업의 납품 단가 인하 압박도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중소기업인들은 경기 상황에 대해 올해 '풍랑'을 맞았다면 내년에는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내년에 불황이 심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프라이머리CBO의 만기도래,고유가 지속 및 환율불안,원자재가격 상승,중국의 저가공세 강화 등 경영압박 요인이 지속돼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 운송장비 화학제품 등 수출 중심의 업종은 그런 대로 호조가 예상되지만 가구 섬유 목재 신발 등 소비재 분야는 꽁꽁 얼어붙은 내수위축으로 불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기협 중앙회가 전국의 중소기업 1천5백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5년 중소제조업 경기전망'에서도 뚜렷히 드러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기 상황을 알려주는 지표인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가 기준치(100)를 훨씬 밑도는 83.7로 나타났다. SBHI는 100 이상이면 경기호전을,100 미만은 경기부진을 의미한다. 업종별로는 기타운송장비(100.9)를 제외한 전 업종에서 100 미만으로 나타났으며,이 중 비금속광물제품(64)과 의복 및 모피제품(68.7)은 심각한 불황에 빠질 것으로 예측됐다. 내수는 의복 및 모피제품(69.8) 비금속광물제품(70) 등에서 최악의 불황에 직면하는 등 부진이 더욱 심화되고,수출 역시 전 업종에서 올해보다 위축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신규채용을 하겠다'(11.6%)보다 '신규채용을 않거나 줄이겠다'(24.7%)의 비중이 높아 고용시장도 위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설비투자도 향후 경기 불투명 등의 영향으로 '늘리겠다'(12.6%)는 기업보다 '줄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다'(35%)는 기업이 더 많았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은 내년도 국내 경제성장률이 평균 3.5%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경제예측 기관의 전망치(3.7∼4.5%)를 훨씬 밑도는 수준으로,그만큼 중소기업인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내년이 올해보다 더 나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의 내년도 경영전략은 내실경영과 마케팅 강화 등 생존경영에 맞춰야 한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