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경제기관들은 2005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위축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일치된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2004년까지 연평균 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세계 경제가 내년에는 성장세가 한풀 꺽이며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IMF는 내년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9월 발표보다 0.3%포인트 내린 4.0%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3.9%) 피치(3.3%) 등 다른 기관들도 올해보다 내년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두 엔진은 공급자 측면의 중국 생산자들과 소비자 측면의 미국 소비자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내년에는 이 두 엔진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밖에도 △고유가 지속 △달러가치 급락 △미국 무역적자 확대 및 금리인상 △중국의 긴축정책 등이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미국,경제성장률 3%대로 떨어질 듯=미국 경제는 저금리와 감세정책 등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가 약해지면서 성장 속도는 올해보다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쌍둥이 적자(재정·경상) 누적에 '고유가'라는 복병이 버티고 있어 예상외로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MF는 미국 경제가 올해 4.3% 성장한 후 내년에는 이보다 떨어진 3.5% 성장률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OECD 등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도 대체로 3%대에 머물고 있다.


고용시장에 대한 전망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


기업들은 테러,기업회계 스캔들,유가 등의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돈을 벌어들이는 만큼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나마 향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들도 비용절감 차원에서 해외 아웃소싱을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고용지표는 내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IMF는 미국의 내년도 실업률을 올해보다 0.1%포인트 떨어진 5.4%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4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금리 상승 기조는 성장이 주춤하면서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일본,디플레 탈출 가속=일본은 2004년 10여년의 장기 침체에서 탈출,본격적인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


금융불안과 디플레 압력이 줄었고,설비투자와 개인소비를 축으로 하는 내수 주도의 선순환 구조로 전환됐다.


디플레 압력 후퇴는 특히 자산가치 측면에서 두드러진다.


도쿄 도심 상업지의 시가총액은 2003년부터 상승세로 전환됐으며,2004년 하반기에는 도쿄는 물론 나고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도 조금씩 올라가는 양상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큰 흐름이 2005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복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의 핵심 축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4%선에서 내년에는 2%선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일부에서는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UFJ종합연구소는 "2002년 2월 시작된 경기 회복기 정점은 2004년 6월께로 판단된다"며 "일본 경제가 2005년 초부터는 경기 후퇴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지역별 성장률 격차 커져=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고유가와 약달러 여파로 유로화 채택 12개 국가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1.9%로 0.4%포인트 낮췄다.


유로지역의 내년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1.8%에서 2%로 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내년 유럽 경제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유로화 강세(달러 약세)의 여파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가별 경제성장률은 뚜렷한 차별화가 예상된다.


IMF에 따르면 독일(1.8%) 프랑스(2.3%) 등 서유럽 경제에서는 성장률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폴란드(4.5%) 슬로바키아(4.8%) 등 신흥시장 국가들은 예년처럼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