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산업 기상도는 전반적으로 '흐림'이다. 올해 내수 부진을 수출로 돌파했던 산업계는 내년엔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에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내수는 상반기에도 회복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외적인 환경도 그다지 좋지 않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는 내년에도 배럴당 40달러(WTI) 이하로 떨어지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환율도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올해 두자릿수 수출증가율을 기록했던 대부분의 업종이 내년엔 한자릿수 수출증가율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최근 D램 주력제품 가격의 4달러선 붕괴로 내년 가격 및 수요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가격하락을 불가피한 추세로 받아들이면서도 하락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내년도 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올해(2백71억달러)보다 10% 가량 증가한 2백91억달러로 전망한다. D램의 주요 공급선인 PC 시장이 내년에 1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디지털 기기의 융·복합화 현상에 따라 모바일 분야의 D램 수요도 점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업계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추세가 이어지더라도 주력제품 가격이 3달러선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고정거래 가격은 현물가보다 훨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수출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내수급락세는 진정되면서 전체적인 생산과 판매가 올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의 내년도 자동차 생산은 3백55만대를 기록,올해 3백42만대(추정치)에 비해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내수 판매는 급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KAMA는 올 자동차 내수판매는 전년 대비 16.6% 감소한 1백10만대에 그칠 전망이나 내년에는 1백15만대를 기록,올해보다 4.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은 올해보다 늘어나더라도 증가폭은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출은 2백32만대로 전년대비 27.8%나 급증한 반면 내년도엔 증가율이 3.4%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별로는 서유럽,동유럽,중동 등의 수출호조가 예상되나 환율하락과 현대차의 미국공장 가동 등 현지생산 체제구축에 따라 북미수출 비중(40.8%)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선=내년도 조선업 전망은 '생산 수주 수출은 호조,경영실적 채산성은 흐림'으로 요약된다. 올해 국내 조선업계의 생산규모는 작년보다 15% 증가한 8백40만t.내년에도 12% 증가한 9백40만t 내외로 생산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1백40억달러로 예상되는 수출 규모는 내년엔 1백47억달러 정도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조선사들의 채산성은 내년 3분기까지 크게 호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저가에 수주한 물량을 털어내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선공업협회는 이에 따라 적정한 가격에 수주한 신조선이 나오기 시작하는 3분기 이후엔 실적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철강=철강재 국내수요와 수출 모두 올해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내년도 국내 총수요는 올해보다 1.5% 증가한 6천2백83만5천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재 명목소비(내수+재고)는 자동차 기계 등 제조업의 경기호조로 판재류 수요는 증가하나,철근 형강 등 봉형강류의 수요감소로 증가세가 둔화돼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4천7백40만5천t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국내 공급 부족품목인 중후판,핫코일 등의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국내경기 부진에 따른 봉형강류의 수출증가와 설비증설에 따른 냉연강판류의 수출 여력 확대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1천5백43만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로 보면 중후판은 건설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호조로,핫코일과 냉연강판도 자동차 가전산업의 생산증가로 총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디지털전자산업은 전반적으로 올해보다는 성장폭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디지털TV,휴대폰 등 주요 품목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올해보다 16.6% 증가한 1천1백39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부문별로는 정보통신 및 산업용기기 부문은 휴대폰,위성방송수신기 등 주력 품목의 세계경쟁력 확보로 미국 중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디지털가전기기 부문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의 경기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낮은 성장세가 예상되나 디지털TV 및 일부 프리미엄 백색가전 제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