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연내처리 문제를 놓고 열린우리당 내부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둔 탄핵정국에서 `천.신.정' 당권파와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의 재야파가 각각 민생과 민주에 정국운영 기조를 두자며 맞섰던 흐름과 흡사하다. 이번에는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가 국보법 연내처리 유보방침을 철회했는지여부에 대해 명확한 의사표시를 유보하고 있는 데 대해 이른바 강경파로 불리는 재야.운동권 출신 소장파가 연내처리를 기정사실화하며 반발세를 키우는 듯한 형국이다. 특히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전력 시비를 계기로 한나라당에 대한 당내 반감이적개심 수준으로 악화되면서 강경파의 반발이 이전과 달리 구체적이고 조직적 양상을 띠고 있다. 475세대 모임인 `아침이슬'과 3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성향 면에서 대척점에있는 `안개모'와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려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어떤 식으로 없애든 간에 국보법 폐지란 당면 목표를 향해 일단 힘을 합치자는게 강경파의 논리지만, 그 이면에는 당권파에 대한 정서적 이질감과 함께 미묘하나마 당권경쟁 심리가 자리해 있다는 분석이다. 한 386 의원도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천 원내대표에 대해 "우리와는 철학이 다른 사람 같다"고 불신감을 표시했다. 물론 당지도부도 이런 기류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날부터 이부영(李富榮)의장과 천 원내대표가 상임위별로 의원들과 모임을 갖고 `여론수렴' 작업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지도부의 연내처리 유보결정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관측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시급한 민생현안 처리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요하고, 비록 더디더라도 한나라당이 여론의 압박 속에 국보법 대안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감도 깔려있다. 이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연내처리를 안하고 논의를 하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고, 천 원내대표는 기획자문회의에서 "우리가 요구한 것은 단순히 국보법 폐지 및 형법보완안을 법사위에 상정해서 토론하자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천 원내대표는 특히 "법사위원장이 한나라당 소속인데 어떻게 `강행처리'를 할수 있겠나"라고 반문,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나 강행처리를 시도해서라도 연내 국보법을 폐지시켜야 한다는 강경파와 `온도차'를 느끼게 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부분 순수한 의도이겠지만 강경파 일부에선 국보법 처리논란을 당권경쟁에 이용하려는 뜻도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강경논리가 득세하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개모 회장인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안개모의 기본 입장은 국보법을 폐지하되 일방적 강행처리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강경파의 제의에 거리를 뒀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