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萬洙 <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 많은 예언을 하고 적중도 시킨 탄허스님이 입적하기 전 어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산 짐승들이 화약냄새를 피해 남쪽으로 떼를 지어 내려오는 걸 보고 6·25동란을 예언했고,공비들이 잠복한 초당의 개미가 줄을 지어 담장 밖으로 피난 가는 것을 보고 삼척 울진 공비침투 사건을 예언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진이 나기 전에 땅 속의 뱀이나 지렁이들이 땅 위로 기어 나오는데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원래는 그런 능력을 가졌으나 문명의 이기로 편하게 살다 보니 그런 능력이 퇴화한 것이라고 한다. 사람은 또한 욕심이나 편견에 사로잡히면 세상일에 대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흔하다. 술에 취하면 시계가 좁아지고 권력에 취해도 안하무인이 되는 것을 자주 본다. 올해 경제가 6%에 육박하는 성장을 한다고 한때 호기까지 부리더니 지금은 5%도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경제가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경제는 걱정말라던 정부의 말은 헛소리가 된지 오래고 중앙은행의 경기예측은 차라리 안한 것보다 못하게 돼버렸다. 권위가 있었던 어떤 정부연구기관은 망신이 겁났는지 아예 경기예측을 포기하는 일도 생겼다. 컴퓨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 욕심이나 편견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알수가 없다. 우리 경제의 흐름을 평상심으로 조금만 유심히 관찰해도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텐데 그 놈의 컴퓨터 때문에 오발탄을 쏴버린 건 아닌가. 경제성장률은 1995년 8.9%를 정점으로 1997년의 외환위기 이후엔 사실상 5%대를 넘어본 적이 없다. 1998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하면 2000년까지 3년은 평균 3%대의 성장이었고 그 후 2003년까지 3년은 총선거를 겨냥해 카드를 중심으로 정부가 부추긴 1백조원 전후의 가계부채 거품을 제하고 나면 평균 3% 전후 정도의 성장을 했을 뿐이다. 1999년 말 1년여 만에 IMF위기를 극복했다고 장담한 정부의 발표는 허상일 뿐이고 사실상 우리 경제는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등을 빼고 외환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위축돼가고 있으니 '일자리 없는 성장'이 아니 될 수 없지. 5백여개 상장기업 다 팔아도 미국의 코카콜라 회사 하나 정도인 판국에 재벌이라고 규제한다.내국인은 손발을 더 묶어 투자를 못하게 하면서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열을 올린다. 부동산 투기를 풀었다 묶었다하여 집값은 잔뜩 올려 놓고 건설경기는 죽였다. 대학에 맡기면 될 일을 굳이 맡아서 고생하는 교육부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수능제도를 하다가 휴대폰 부정으로 드디어 난장판을 만들었으니 하향평준화로 불고 있는 조기유학 바람을 더 부채질한다. 어떤 조사에 국내 기업의 70%가 높은 임금과 과도한 규제를 피해 외국에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펭귄아빠'들은 그나마 번 돈을 해외로 보내니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동네 집값은 폭등하고 국내 소비는 더 부진해 진다. 기업의 사기는 위축되고, 가계소득도 자꾸 해외로 빠져 나가고,'한국판 뉴딜정책'은 요란만 했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되고 있으니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삼성그룹은 내년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서 잘 나가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계열사 모두 경상비를 올해보다 30%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국제상업회의소 회장에 선임된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는 기업을 도와주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오히려 기업을 옥죄는 법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음식점 사람들은 솥단지 내동댕이치며 못 살겠다고 데모했다. 환율은 자꾸 떨어지고 일자리 구하기는 나날이 어려워지니 세밑을 맞아 예사롭지 않은 내년이 자꾸 우울해 진다. 솥단지 내동댕이치는 민초들의 생각이 엘리트들이 개발한 컴퓨터 분석보다 낫다고 말하면 너무 허무한가. 5년전 2백14조원이던 가계부채가 최근 4백65조원으로 폭발했다니 한세대 만에 세계 최빈국의 하나에서 중진국으로 '압축성장'을 한 우리 앞에 '압축침체'의 유령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원초의 평상심으로 돌아가면 개미보다야 못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