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 중앙인사위원회 사무처장 > 지난 12월7일자 한국경제 시론에서 서울대학교의 임도빈 교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와 관련,몇가지 우려의 뜻을 표했다. 지적한 내용의 상당 부분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첫째,'승진을 위해선…정치권에 잘 보이기 경쟁을 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다. 고위공무원단 안에서는 관리관(1급),이사관(2급),부이사관(3급)과 같은 계급이 없어진다. 승진 개념도 계급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심의관→국장→실장처럼 비중이 높은 직위에 임명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고위공무원단 임명 직위는 직위별 직무수행요건(경력,학력,전문성 등)에 가장 적합한 공무원이 공모와 심사절차를 거쳐 임명되도록 돼 있어 오히려 현행 계급제에서 경력위주로 운영되는 것보다 훨씬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될 것이다. 둘째,'혁신주도 등 역량을 측정할 시험도구조차 검증돼 있지 않다'는 부분과 관련,선진국과 국내 대기업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관리자에 대한 다양한 역량평가제도(Assessment Center)를 발전시켜 왔다. 종래 정부의 고위직 인사에 있어서는 역량이나 성과에 대한 객관적 정보보다는 '감(感)'과 경험으로 운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실·국장이 되려면 최소한 9가지의 역량(실·국장의 수차례 워크숍과 외국 및 기업사례 등을 충분히 검토한 뒤 마련)을 갖춘 사람만 가능하게 된다. 이를 위해 역량평가센터를 운영해 역할연기,집단토의,프레젠테이션,인터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을 검증하고 부족한 역량은 별도의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통해 향상시킨 후 진입토록 할 예정이다. 셋째,'고급공무원은 공직적격성시험(PSAT)으로 자질을 검증받았다'는 지적은 다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공직적격성시험은 올해 외무고시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이는 '고급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기본소양,즉 논리와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에 대한 기초능력을 필기시험으로 측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위공무원에게 요구되는 전략적 사고라든가 문제해결,커뮤니케이션,리더십,조정·통합,결과지향 등을 평가하는 것과는 목적과 수단,방법 등에서 전혀 다른 것이다. 넷째,'힘센 부처 출신들이 고위직의 다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부분이다. 고위공무원단은 특정 부처 소속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소속으로서 부처의 벽을 허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적재적소라고 판단되면 어느 자리든지 국익을 위해 임명될 수 있다. 임명 기회가 대폭 확대되지만 전문성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므로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완전히 생소한 업무를 맡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정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힘'의 논리가 아니라 '역량'의 비교우위를 통해 정부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정무직 고위공무원' 신설주장과 관련해서는 정부업무를 정치적 업무와 행정적 업무로 이원적으로 분업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직생활 초기에 전자를 수행하는 '정무직 경력'과 후자를 수행하는 '직업공무원직 경력' 중 하나에 대해 선택권을 주자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이미 비서관이나 국회 전문위원 등은 별정직이나 계약직 등으로 별도의 직종이 마련돼 있고 처음부터 따로 뽑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시 등 공개 채용시험으로 공직에 들어온 사람에게 비서관이나 정당 전문위원으로 가라고 했을 때 과연 누가 손을 들지도 의문이며 강제로 가게 할 수도 없다. 직업공무원도 비중 있는 직위를 계속 맡다 보면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정무직으로도 갈 수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12월7일자 임도빈 서울대 교수의 시론 '고위공무원단제를 우려한다'에 대한 반론입니다. 한경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