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본 고3 수험생들은 자기 점수로 어느 대학을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없어 한결같이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수능부터 처음으로 원점수 없이 과목평균을 고려한 표준점수와 백분위만 제공돼 성적표를 봐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학지도를 하고 있는 교사들도 가채점 결과 학생들이 예상했던 것과 실제 표준점수간의 차이가 너무 큰 데다 대학별 반영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 보성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서선미양(18)은 "원점수가 제공되지 않아 전체 수험생 중 내 성적을 도무지 알 수 없다"며 "등급만 봐서는 어떻게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표준점수를 결정하는 선택과목별 난이도가 천차만별이어서 학생들 간 명암이 엇갈리기도 했다. 상위권 학생인 이화외고 3학년 오상원양(18)은 "사회탐구영역에서 쉽게 출제됐다는 윤리와 한국지리를 택해 표준점수가 낮게 나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예년과 달리 표준점수와 백분위로만 진학지도를 해야 하는 교사들도 기준 자료가 없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선정고 3학년 부장인 유대규 교사(50)는 "처음 실시되는 제도라 축적된 자료가 전무해 진학상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 교사는 또 "대입 전형일정은 촉박하지만 대학별로 성적을 반영하는 기준이 달라 학생 한 명당 상담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원외고의 이경만 3학년 부장 교사는 "일부 선택과목이 너무 쉽게 나와 이 과목을 선택한 학생의 경우 원점수는 높지만 표준점수는 낮게 나와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