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연기금 자산운용 다양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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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주식 및 해외증권 투자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중장기 자산운용계획안이 마련됐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지난 6월말 현재 1백22조원에 달하고 있는데다 앞으로도 매년 수십조원씩 늘어나게 돼 있는 만큼 다양한 형태의 자산운용 전략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채권 위주로만 투자하는 지금의 자산운용 패턴이 정말 효율적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국민연금의 총자산중 81.8%가 국내채권에 투자되고 있고 또 그중 3분의 2가량은 국공채 및 우량회사채에 편중투자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연금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이런 투자비율이 유지된다면 그 부작용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수익률이 하락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국공채 및 우량회사채의 물량은 한정적인데 수요만 크게 늘어나는 까닭이다. 실제 최근 들어선 금리 하향세가 이어지면서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나아가 금융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의 과다한 채권투자는 금리를 왜곡시킬 가능성마저 없지 않고, 결과적으로 정부부문이 시중통화를 흡수하는 사태를 낳으면서 소비위축 현상을 더욱 가속화시킬 우려마저 없지 않다.
때문에 국내채권투자 비중을 오는 2009년엔 74.7%로 축소하고, 대신 주식투자 비중을 7.0%에서 10.7%로, 해외증권투자 비중을 2.1%에서 11.7%로 각각 확대하는 등 투자패턴을 대폭 바꾸겠다는 계획은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이는 증시로의 자금유입을 늘려 자본시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한편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증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수단 다양화가 긍정적 효과만 낳는 것은 결코 아니다.
리스크가 큰 주식 등에 투자했다 엄청난 손실을 볼 경우 연금지급에 이상이 생기면서 국민노후생활 보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그대로 가지면서 주식매입을 늘릴 경우 기업경영이 국민연금의 입김에 좌우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때문에 주식투자 확대와 병행해 이에 대한 합리적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은 반드시 자체 판단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만일 정부가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자산운용의 효율성 측면은 물론 금융시장과 기업경영권 문제 등에서도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