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제일은행과 신탁계약을 통해 삼성생명 주식 1백20만주(지분 6%)를 맡겼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는 5년의 계약기간 동안 신탁 주식의 의결권을 잃게 된다. 에버랜드가 의결권 상실을 자청한 이유는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19.34%)의 가치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돼 연말 결산 후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회계연도 상반기 중 9천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자회사들의 실적 또한 뛰어나 지분법 평가이익이 반영될 경우 생명의 주식가치는 에버랜드 총 자산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돼 왔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한 회사의 총 자산 가운데 자회사의 주식가치가 50%를 넘으면 지주회사로 분류한다. 특히 삼성생명 같은 금융 자회사 주식이 자산 총액의 절반을 초과하면 금융지주회사로 편입시킨다. 이 경우 에버랜드는 삼성중공업 주식을 비롯한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금융지주회사는 비금융사 지분을 가지지 못하도록 돼 있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에버랜드를 둘러싼 지분구조가 흔들릴 경우 그룹 전반의 지배구조에도 커다란 혼란이 야기된다는 점에서 삼성의 이번 결정은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에버랜드는 지난해에도 생명 주식 평가액이 상승해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될 상황에 놓였었다.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는 생명의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주식 평가액도 낮아져 저절로 금융지주회사에서 제외됐지만 이번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지배구조를 갖가지 규제 때문에 헝클어야 한다는 것은 경영에 큰 부담"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