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채용시장은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극심한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예년보다 치열한 경쟁을 보인 해였다. 취업난을 뚫기 위해 석.박사 학위 소지자 등 우수 인력이 범람하면서 사시합격자가 탈락하는 등의 이변이 속출했으며 구직자들의 다양한 전략과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기업들의 대응방안도 등장했다.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으며 지방대생이나 여성에 대한 할당제를 도입하거나 학력 및 연령 등의 제한을 철폐하는 기업도 잇따랐다. ◆취업경쟁률 고공행진 = 인크루트가 올 하반기 채용을 실시한 주요 기업 5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경쟁률은 평균 101대1로, 2002년 같은 조사 때의 평균 70대1, 지난해의 75대1보다 크게 치솟았다. 올해 최고 취업경쟁률을 보인 곳은 대한체육회의 779대1(6명 모집, 4천673명 지원)로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의 최고 경쟁률 728대1을 앞질렀다. 예금보험공사가 올해 291대1의 경쟁률을 보여 지난해 250대1을 넘어섰고 수출보험공사도 지난해 140대1에서 올해 241대1로 올랐으며, 대림산업과 KTF, CJ그룹, 하나은행, 신한은행, SK텔레콤 등도 100대1 이상의 높은 취업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쟁률이 심화됨에 따라 석.박사 학위 소지자나 공인회계사, 토익 고득점자 등 우수 인력의 지원도 크게 늘어 취업 경쟁을 더욱 부채질했다. 제일은행에는 공인회계사 66명과 미국공인회계사 55명, 토익 900점 이상자 866명 등이 지원했으며, 수출보험공사도 지원자 3천133명 가운데 석사 이상이 380명, 해외유학파가 61명, 공인회계사가 69명에 각각 달했다. 민간기업에서도 LG화재의 경우 공인회계사와 미국공인회계사 등 전문자격증 보유자가 2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40% 정도 늘었으며 효성도 석.박사급 지원자가 상반기 채용때 7% 정도에서 하반기에는 10%를 웃돌았다. 이처럼 우수 인력이 대거 몰림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채용계획을 수정, 국민은행이 당초 예정인 150명보다 많은 210명을 선발했으며 신한은행도 100명 선발 예정 인원을 두 배로 늘려 전형을 진행했다. 반면 기업들이 다양한 입사전형 요소를 반영하면서 한국석유공사 공채에서 사법시험에 합격한 지원자 4명이 1차 서류전형에서 낙방하고 LG칼텍스정유에서는 토익만점자 20명 전원이 2차 면접에서 탈락하는 등의 이변이 나오기도 했다. ◆공무원 시험 열풍..열린 채용문화 = 취업난과 경제불안이 가중되고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는 구직자가 늘었다. 올해 9급 공채때 16만1천613명이 몰려 최종선발 인원 1천798명 대비 89.9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7급 공채에서는 선발 예상인원 줄어들면서 지원 경쟁률이 136.5대로 치솟았다. 공무원 경쟁률 뿐만 아니라 지원자의 수준도 높아져 9급 합격자 가운데 4년제대학 재학 이상이 94.3%에 달했다. 삼성그룹이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때 취업재수생들의 응시를 제한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공기업이나 정부산하단체를 중심으로 학력 및 연령제한 철폐 움직임도 잇따라 금융감독원 등 9곳이 올해 이를 철폐했다. 반면 증권예탁원과 동국제강, 한국수출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은 선발인원중 일정 비율을 지방대생이나 여성으로 뽑는 할당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소위 `묻지마 지원'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인사담당자들에게 동영상 메일을 보내거나 일간지에 입사지원 광고를 내는 등 취업난 극복을 위한 구직자들의 `튀는'전략도 속출했다. 기업들은 채용방식을 다양화하면서도 인터넷 취업커뮤니티 등에서 기업별 면접 족보와 모범답안이 나도는 등 변별력이 떨어짐에 따라 인사담당자에 대한 전문 면접교육을 실시하는 등 대책마련에도 분주한 한해를 보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 채용업계에서는 경기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내년 채용시장도 여전히 불투명하거나 침체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기자 = aupfe@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