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필 <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주변여건이나 우리경제의 실상에 비춰 최근의 상황과 추진되는 정책간 괴리는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무래도 양극화의 심화다. 양극화가 일견 개방환경에서 불가피한 거대시장의 평가로 초래된 측면이 있지만 정작 현 정부에서 추구하는 정책방향은 이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정책의 기본 방향이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자금 흐름을 오히려 더욱 편중화시키고 단기부동화시키기 때문이다. 단기적 부작용을 간과한 이상적 목표추구는 정책으로선 타당하지 않다. 자본시장 안정성이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요인에 과도하게 노출된 우리의 서민경제는 위험기피적인 금융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신용이 공급되는 측면은 위험관리를 강조하는 글로벌 기준에 편입된 반면 정작 최소의 유동성도 확보하기 어려운 계층은 서민금융회사마저 외면하기 십상이다. 우리경제의 고용구조나 각종 법체제가 선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강요받고 있는 변화는 아무런 대책없이 경제주체들을 두드리고 있다. 더욱이 장단기 정책과제가 봇물처럼 뒤섞인 상태에서 시장에 설득력있는 정책을 주문하기도 어렵다. 왜 성실한 납세자들은 정부의 혼란스런 정책실험 대상으로 거듭 무시돼야 하는가? 우리나라에서 정책수요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정작 안타까운 점은 일련의 정책기조가 종종 개혁의지로 부각되는 점이다. 개혁이야말로 사회구성원간의 합의가 법적·체제적 정비를 통해 일관되게 구현되는 과정을 전제로 한다. 물론 과거의 패러다임이 시장흐름에 맞추어 적응하는 신축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외과적 개선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노력이 금융기능의 저하,즉 돈의 흐름을 경색시킨다면 정작 개혁의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오직 양극화와 극단적 대립,사회적 혼란만이 부각될 뿐이다. 따라서 진정한 개혁은 진화적 과정을 도모할 수 있는 경쟁환경을 통해 기대할수 있다. 이를 위한 정상적 시장작동은 지속적인 신용의 흐름을 토대로 만이 가능하다. 우리는 바로 체제개선 작업에 필수적인 자금순환에 큰 장애를 겪고 있다. 과거 수년간 워낙 많은 규모의 신용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계와 중소기업부문에 쏟아부은 결과다. 소득흐름과 부채상환흐름간의 격차는 아무리 선진국 금융제도를 향유하고 있는 경제주체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가계신용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구입에 사용됐고 실제 가계부문의 자산구성은 압도적으로 부동산 위주다. 이제 가장 안전하게 여겨졌던 가계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 가치는 가장 심각한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위험을 관리한다는 노력이 위험을 취약부문에 집중시켜 경제흐름에서 격리시키고 구조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양도세 관련 정책혼선은 현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간과한 결과다. 중국과 미국 요인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는 수출편향에서 벗어나 어느 정도의 내수기반 확보가 절실하다. 내수회복의 전제조건은 자산가치가 스스로의 가치를 가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현 정책기조는 이러한 기본전제조건마저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거래없는 시장에서의 가치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외위협요인을 고려할때 우리끼리의 분배문제를 우려하기에 앞서 국가간의 분배문제도 걱정해야 한다. 경제적 정의가 거래나 자금흐름을 차단해서 가능하다면 그 정의는 절대 지속가능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경제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점차적인 개선을 도모하는 자세가 정책기조에 일관되게 반영돼야 한다. 물론 글로벌 경제에서 더 나은 입지를 확보하려면 경쟁요소가 유인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의식도 고양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미래의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려면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작동을 근간으로 하는 경쟁환경을 무시하고 단기간의 개선에 집착한다면 성과는 일시적이고 정책의 일관성이 저하되면서 사회적 비용이 크게 늘어나 성장잠재력이 훼손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