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회계캠페인(2)] 회계투명성,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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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복동 <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장 >
우리나라 기업의 회계투명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이와 관련되어 돌이켜보는 대표적인 사건으로서 1997년에 말에 발생했던 외환위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을 어떤 특정한 하나의 요인으로 단정지울 수는 없지만 당시의 환란을 계기로 IMF와 IBRD가 우리
나라 정부에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할 정도로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국내 외 불신이 매우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1년 1월에 미국의 거대 회계법인인 PwC가 35개 국가의 경제불투명 지수를 조사하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수 산정 구성요인 중의 하나인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최하위로 평가되는 국제적 수모를 당한 사실도 우리나라 기업회계 난맥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지난 2001년 미국의 거대 에너지회사인 Enron사와 통신회사인 WorldCom의 분식회계 혐의가 각각 발각되면서 미국에서도 역시 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 문제가 당시 최대의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바 있다.
그리고 이 두개의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2002년에 소위 사베인스-옥슬리법(Sarbanes-Oxley Act)이라고 명명된 기업개혁법이 미국 상원에서 97대 0이라는 압도적인 찬성 하에 제정된 바 있다.
현재는 이 법에 의해 설립된 회계감독위원회(PCAOB, 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가 기업의 회계투명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기업이 회계투명성을 저해하는 분식회계를 하는 주된 이유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 특성상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용이한 자금차입과 주가(株價) 끌어올리기를 목적으로 하는 분식회계가 있다.
다시 말해서, 사실상의 1인 지배구조 체제로 기업경영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지배구조의 특성상 차입 위주의 경영에 의존하게 된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때 매출액이 크고 순이익이 높으면 우량 기업으로 인정되어 자금 차입이 쉬워질 뿐만 아니라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조장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가 측면에서는 공시되는 재무제표 상의 순이익이 높으면 주가가 그만큼 높게 형성되므로 자금 차입비용을 절감함과 동시에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 이득의 추구를 위해서도 기업으로서는 분식회계를 하려는 유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대출심사 기능이 후진적이라는 점도 기업의 분식회계를 조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종래에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자금을 공급하는 관치 금융에 익숙해져 있었고, 이러한 관치 금융은 금융기관이 자금을 대출할 때 실제로 기업이 자금을 변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를 심사하는 심사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는 금융기관의 대출 결정이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상환능력의 평가보다 담보나 청탁, 압력에 의해 결정되게 함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분식회계를 초래하게 하는 원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정부의 인위적인 산업정책이나 감독 부실도 분식회계를 조장하는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인위적인 산업정책에 기업이 좌지우지되어 투자한 만큼의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면서도 계속적인 투자를 하기 위하여 금융권의 대출을 받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금융감독기관이 분식회계에 대한 감시감독을 허술하게 한 데도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과 같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기업의 분식회계 가능성이 더욱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악영향으로는 배당 등 사외유출의 폭이 커져 주주·하도급업체·채권자 등의 이익을 침해하고 도산 등의 경우에는 이해관계자 전반에 걸쳐 피해가 크게 조장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사회적 폐해가 있는 분식회계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크게 제도적인 장치의 개선, 기업 내부의 통제장치 강화 및 사회적인 모니터링 구조의 활성화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제도적 장치의 개선으로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나라 회계기준이 국제적 기준과 부합되도록 정합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2005년도부터 현행 재무제표 중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를 지분변동표로 대체하고 연결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하는 공시제도를 도입함과 아울러 분기 재무제표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검토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을 완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선에 그치지 않고 동시에 감독기구에 의한 감리제도를 활성화하는 등의 제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도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업 내부의 통제 장치를 강화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현재 사외이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가 도입되어 있기는 하나 현행 지배구조 체제 하에서는 투명성 제고를 위한 효과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요건을 보다 더 강화함과 동시에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사외이사의 책임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형식적인 의사결정기구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감사위원회로 하여금 기업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주기적인 평가 및 그 결과의 공개 등에 대한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회계투명성이 지속적으로 유지,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아울러 강구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인 모니터링 구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대출관행 개선을 위한 기업평가 시스템의 강화, 소액주주들에 대한 기업 정보공개 범위의 확대 및 NGO 등에 의한 기업 모니터링 활동의 활성화 유도 등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이윤 추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윤 추구는 종업원은 물론 투자자나 채권자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부의 정당한 분배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때 비로소 그 기업은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회계투명성이야말로 위와 같은 기업의 부의 정당한 분배 통로를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조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