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일방통행은 안된다. 금융산업의 틀을 바꿔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금융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조사에 응한 전문가 중 절반 이상은 증권 보험업종이 은행에 종속되는 형태의 투자은행 육성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외국계 투자은행 한국대표 7명 중 4명은 투자은행의 주체로 증권사를 꼽았다. 외국 금융회사의 국내시장 주도권 장악에 대한 우려도 상당히 컸으며,M&A 관련 규정을 고쳐 기업들의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시각이 강했다. ◆은행과 투자은행은 다르다 제2금융권이 투자은행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응답자 중 43.2%는 '은행의 논리와 투자은행의 리스크관리 논리'가 다르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은행의 경우 보수적 특성으로 인해 위험을 회피할 수밖에 없어,리스크를 안아야 하는 투자은행의 속성과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지나친 차별대우(50%)를 받고 있거나,어느 정도 차별대우(27.1%)를 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은행이 금융산업 개편의 핵심으로 부상한 이유는 정부의 은행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됐다는 응답이 75.5%로 가장 많았다. 기업연금 등 새 상품을 판매할 때 제2금융권에서 우선 판매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선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1.7%,일부상품의 은행판매를 제한할 수 있다는 답이 18.7%에 달했다. 반면 은행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응답은 39.6%에 그쳤다. 보험사가 은행을 인수하거나 자회사를 세우는 것에 대해선 40.0%가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고,53.3%는 재벌이 아닌 회사에 대해선 무방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외국계 주도권은 더 이상 곤란 외국계 거대은행의 국내시장 진출에 대해선 '더이상 곤란하다'(70.2%)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대부분 은행의 최대주주가 외국인이거나,아니면 경영권을 갖고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대형은행이 국내시장에 계속 진출하면 토종 금융산업의 설자리가 없어진다는 위기감의 반영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경우 제조업체의 경영권도 심각한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적대적 M&A규정을 고쳐 경영권을 방어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44.9%에 달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확대하거나,금융회사의 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견해도 다수였다. 조주현·이상열 기자 forest@hankyung.com < 설문에 응해주신 분 > 서울대 경제학부 이창용교수,연세대 경제학부 이제민 유병삼 김정식교수,연세대 정보대학원장 정갑영교수,경북대 경제학과 박경로교수,명지대 무역학과 윤창현교수·경제학과 조동근교수,서강대 경영학과 노부호교수(이상 학계) 열린우리당 김진표 이계안 이상민의원,한나라당 이한구 유승민 최경환의원(여야의원) 제일은행 현재명부행장,외환은행 김형민상무,기업은행 기은경제연구소 조병선소장,씨티은행 박진회부행장,하나은행 심희원부행장보(은행) 현대증권 김지완사장,LG투자증권 김성태사장,대우증권 손복조사장,삼성증권 배호원사장,대신증권 김대송사장,미래에셋 최현만사장(증권사) 이재우 리먼브러더스대표,양호철 모건스탠리대표,UBS 진재욱대표,CLSA 김기수전무,메릴린치 최형호대표,JP모건 임석정대표,ABN암로 권규상상무(외국계 금융회사) 삼성생명 서언동상무 ▲우리은행 조흥은행 신한은행 현대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들은 익명을 요구했음.